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은 은행원 고액 연봉 논란에 대해 “관치금융 때문에 금융업의 수익성이 악화됐는데 이제 와서 연봉을 문제 삼는 것은 근로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금융 사고를 막기 위해 제조업보다 높은 수준의 연봉이 필요하다는 게 금융노조의 입장이다.

성낙조 금융노조 대변인은 “고액 연봉 논란이 또 불거진 것은 금융당국이 금융업 수익성 악화의 책임을 근로자에게 전가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29일 말했다. 금융노조는 지난 24일 발표한 성명서에서 “은행의 순이익이 반 토막 난 것은 관치금융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금융당국이 각 금융지주에 부실 저축은행과 부실 대기업을 떠넘긴 데다 은행이 받는 각종 수수료마저 깎거나 없앤 것이 수익성 악화의 주된 원인이라는 주장이다.

금융노조는 또 은행원의 연봉을 제조업 근로자 연봉과 직접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입장이다. 제조업과 달리 ‘남의 돈’을 만지는 직업의 특성상 적절한 인센티브가 주어지지 않을 경우 ‘유혹’에 빠지기 쉽다는 얘기다. 성 대변인은 “현재 은행원의 연봉 수준이 금융사고를 줄이는 데 일정 부분 기여하고 있다”며 “돈을 맡기는 고객이 불안해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도 다른 업종의 근로자보다 높은 수준의 연봉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금융노조가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와 진행 중인 임금 협상에서 “올해 임금을 작년보다 8.1% 올려 달라”고 요구한 것은 경제성장률에 물가상승률 등을 더한 ‘공식’에 따라 계산된 것일 뿐이라는 설명이다. 금융노조 측은 “금융위기가 닥친 2008년부터 2010년까지 고통 분담 차원에서 3년간 임금을 동결, 반납, 삭감했다”며 “2011년과 2012년 임금 인상률도 2.8%, 3.3%였다”고 강조했다.

은행원이 과거와 달라졌다는 점도 연봉을 평가할 때 반영돼야 한다는 게 은행권 목소리다. A은행 관계자는 “실적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면서 자기 월급으로 실적을 채우는 일이 비일비재해지고 있다”며 “인사 적체가 갈수록 심화하면서 지점장까지 못하고 나가는 경우가 더 많다”고 말했다.

B은행 관계자는 “소비자보호가 화두가 되면서 은행원이 대표적인 감정노동자가 됐다”며 “단순히 액수만 가지고 연봉이 많다고 지적하기 전에 노동 강도 등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