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에서 주식으로.’ 올 들어 홍콩 자산가들 사이에선 미묘한 흐름이 감지되고 있다. 부동산을 판 돈으로 금융 투자상품에 가입하는 움직임이 두드러지고 있다.

씨티은행이 지난 3월 말 발표한 ‘홍콩의 백만장자 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100만홍콩달러(약 1억4500만원) 이상 금융자산을 보유한 홍콩인은 60만1000명으로, 전년의 52만7000명에 비해 11%가량 늘었다. 전체 성인인구 중 11% 규모다. 금융자산을 축적한 경로를 묻는 질문에 대해 32%의 응답자가 ‘부동산 매각’을 꼽았다. 건물 주택 등 부동산을 현금화했다는 답변은 전년 대비 두 배가량 늘었다.

전체 자산에서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1년 72%에서 작년 63%로 9%포인트가량 감소했다. 반면 금융자산 비중은 같은 기간 24%에서 34%로 10%포인트 늘었다.

홍콩 현지에서 만난 한 프라이빗뱅커(PB)는 “지난해 말 홍콩 정부가 강력한 부동산 규제 정책을 내놓자 부동산을 팔아 시세 차익을 얻은 다음 이를 금융상품에 재투자하려는 움직임이 뚜렷하다”고 전했다.

홍콩의 자산가들은 어떤 금융상품에 주로 투자할까. 홍콩투자기금협회 조사 결과 100만홍콩달러 이상 보유한 자산가들은 전체 금융자산의 53%를 예금에, 25%를 펀드 주식 채권 등 금융투자상품에 넣고 있다. 11%는 중국 위안화예금, 8%는 호주달러 등 기타 외화예금이 차지한다.

무엇보다 주식 투자 비중을 높이겠다는 자산가가 늘고 있다는 점이 주목된다. 자산가 중 52%가 향후 주식 투자를, 18%가 펀드 투자 비중을 높이겠다고 답변했다.

775만홍콩달러(11억2000만원) 이상의 금융자산을 보유한 초고액 자산가의 상당수가 공격적인 주식 투자에 나서는 것으로 파악됐다. 자산가들을 주로 상대하는 프라이빗뱅크 LGT은행이 초고액 자산가 18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이들은 포트폴리오 가운데 예금 비중을 35%로 줄인 반면 주식 비중을 40%까지 늘렸다. 다음으로는 채권(9.1%)과 금을 포함한 원자재(9.1%) 비중이 높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