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자산 1조원 굴려 年 200억원도 못번다
금융당국이 수수료 현실화 등 금융회사에 대한 수익성 강화 방안을 들고 나온 것은 은행·보험사·증권사의 수익 기반이 빠른 속도로 무너지고 있다고 판단해서다. 저성장·저금리 기조가 오래 이어진 데다 부실채권이 늘고 있는 탓이다. 이런 상황에서 금융회사의 수익성과 건전성이 더 나빠질 경우 가계 및 기업 부실에 따른 손실을 흡수할 능력이 약화되는 등 ‘선순환 구조’가 깨질 우려가 있다는 게 금융당국의 생각이다.

◆은행, 수익 1년 만에 반토막

은행의 대표적 수익성 지표인 순이자마진(NIM)은 예대금리차가 줄면서 1년 새 0.24%포인트 줄어 지난 1분기 1.95%까지 떨어졌다. 은행들이 대출채권과 유가증권 등 이자수익자산 1조원을 굴려 얻은 운용수익에서 자금조달 비용을 빼고 나면 200억원도 못 건진다는 얘기다.

NIM은 지난해 1분기 2.19%에서 4분기 2.00%, 올 1분기 1.95%로 계속 떨어지는 추세다. 금융위기의 영향을 받은 2009년 3분기(1.91%) 이후 최저 수준이다.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의 경우엔 NIM이 각각 1.78%, 1.58%까지 하락한 상태다. 올 2분기에도 은행권 NIM은 더 떨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해외에선 금융당국이 은행의 NIM을 3~4% 수준으로 유지하도록 지도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미국의 경우 NIM이 3% 밑으로 떨어지면 금융당국이 해당 금융회사의 수익성 강화를 위해 행정지도에 나선다”며 “우리나라에선 지난해부터 감사원의 지적으로 NIM을 은행 경영실적평가 항목에서 뺀 상태여서 다른 보완조치를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각종 수수료 등으로 벌어들이는 은행의 비이자수익도 크게 줄고 있다. 2011년 말 이후 대출 과정에서 발생하는 담보 설정비를 은행이 부담하고 각종 수수료까지 없앴기 때문이다. 4대 시중은행의 경우 은행마다 연간 700억~1000억원가량의 비이자수익이 감소한 것으로 추산된다.

문제는 금융지주사와 은행들의 실적이 계속 나빠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는 점이다. 4대 금융지주의 올 상반기 순익은 2조7000억원 안팎에 불과한 것으로 추산된다. 작년 상반기(5조792억원)와 비교해 반토막난 셈이다. 국내 은행의 1분기 당기순익은 1조7000억원으로 전년 동기(3조3000억원)보다 약 45% 줄었다. 하반기에도 STX그룹과 쌍용건설 등 구조조정 기업에 대해 대규모 충당금을 쌓아야 해 순이익은 더욱 줄어들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금감원 관계자는 “은행의 수익성이 나빠지면 가계나 기업 구조조정 지원 여력을 잃게 된다”며 “이렇게 되면 금융시스템이 무너질 수도 있어 선제적으로 수익성 강화에 나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보험·증권사도 수익성 비상

보험사도 수익성 악화로 비상이다. 낮은 금리로 인해 자산운용 수익이 줄고 있는 데다 업체 간 경쟁은 심화하고 있어서다.

금감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010회계연도(2010년 4월~2011년 3월)에 6조원을 웃돌던 보험사 순이익은 2011회계연도에 5조8300억원, 2012회계연도엔 5조6200억원으로 계속 줄고 있다.

영업이익률도 마찬가지다. 생명보험사는 2011회계연도 4분기부터 5분기 연속 영업이익률이 떨어졌다. 2012회계연도 4분기에는 처음으로 영업이익률이 2%대로 주저앉았다. 손해보험사 역시 한때 4%를 웃돌던 영업이익률이 2012회계연도 3분기에 처음으로 2%대로 떨어진 후 계속 하락하는 추세다.

더욱 심각한 건 운용자산이익률이다. 2010회계연도 4분기 5.88%를 기록했던 생보사의 운용자산이익률은 2012회계연도 3분기 처음으로 4%대로 하락했다.

윤성훈 보험연구원 동향분석실장은 “이자소득 자산 비중이 큰 보험사의 경우 저금리 기조로 인해 재투자 수익까지 줄고 있는 상황”이라며 “고정금리가 보장되는 상품이나 변동금리라도 최저 금리가 보장되는 상품에 대한 이자마진 축소나 역마진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증권사들은 생존을 걱정해야 할 처지에 내몰렸다. 증권사의 2012회계연도 순익은 1조2300억원으로 전년(2조2100억원) 대비 반토막났다. 주식거래가 크게 줄어 거래수수료가 감소한 탓이다. 증권사 간 수수료 인하 출혈 경쟁도 수익성 악화를 부채질했다.

장효선 삼성증권 연구원은 “지난 2~3년간 증권사의 실적은 계속 나빠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3%를 밑도는 자기자본이익률(ROE)을 인위적으로라도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창민/김은정/김일규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