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금융회사들의 수익성 강화를 위해 각종 수수료를 인상하는 방안을 검토키로 하자 경영 실패의 책임을 소비자들에게 떠넘긴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수익성이 악화되면 직원들의 임금 삭감과 인원 감축 등 구조조정을 선행해야 하는데도, 이런 노력 없이 소비자들의 부담만 가중시키는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다.

은행 증권사 보험사 등 금융권의 임직원 평균 연봉은 전 업종을 통틀어 최고 수준이다. 한국경제신문 계열사 한경비즈니스가 최근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701개 기업의 2012년 사업보고서를 조사한 결과 은행 직원들의 평균 연봉은 8668만원으로 전 업종에서 1위를 기록했다. 평균 연봉이 1억원을 넘는 곳도 신한금융지주(1억1000만원)와 하나금융지주(1억400만원) 등 두 곳이나 됐다. KB금융지주(9500만원) 우리금융지주(9400만원) 메리츠금융(9294만원) 외환은행(9090만원) 등도 평균 연봉이 각각 9000만원을 넘었다.

증권사 직원들도 평균 연봉이 8379만원으로 두 번째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보험 업종 평균 연봉은 6611만원으로 10위에 랭크됐다. 조사대상 701개사의 직원 1인당 평균 연봉은 4978만원이었다. 은행과 증권사 직원의 연봉은 이보다 두 배가량 많은 셈이다.

뿐만 아니다. 지난해 4대 금융지주 회장 중 일부는 30억원에 가까운 연봉을 받았다. 실적은 나빠지고 있는데도 성과급은 불어나는 기이한 연봉체계 덕분이다.

많은 인원도 문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은행, 증권사, 보험사의 임직원 수는 2만9169명으로 2년 전보다 2359명 늘었다.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지만 직원은 줄이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한 시중은행의 인사담당 부행장은 “정부의 일자리 창출 정책에다 해고가 금지된 규정 등을 감안하면 인력 감축이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수익성이 나빠지면 직원을 줄이거나 임금을 낮추는 자구노력을 선행해야 한다”며 “그런 노력은 하지 않은 채 수수료만 올리겠다는 것은 앞뒤가 바뀐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금감원이 성과보수체계를 조사하겠다고 하지만 얼마나 실효를 거둘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