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안드레아스스틸과 같은 ‘가족경영’ 히든 챔피언 기업이 나오기 어렵다. 자녀들에게 ‘분할 상속’을 하면 엄청난 상속세를 물어야 하기 때문이다. 독일에서 가업상속 가족경영이 가능한 것은 가업상속 재산에 대해 ‘가족 수에 상관없이 100% 세금을 면제’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상속 후 5년 이내에 사업을 포기하거나 고용 수준이 현저히 하락(임금지급 총액이 상속개시 연도 후 5년 내 85% 이하 수준으로 떨어진 경우)하더라도 85%까지 감면해준다. 정부는 상속인이 몇 명인지, 자녀들이 상속 후 대표이사로 취임하는지에 대해 일절 관여하지 않는다.

반면 한국은 가업상속 시 세금 감면액이 적고, 조건도 엄격하다. 현행 ‘상속 및 증여세법’은 매출 2000억원 이하 중소·중견기업에 대해서만 가업을 승계받을 때 상속재산가액의 70%를 ‘300억원 한도 내에서’ 공제해주고 있다. 상속인은 반드시 18세 이상이어야 하고, 상속 개시일 기준으로 2년 전부터 가업에 종사해야 한다. 또 반드시 1인이 가업을 전부 상속해야 하고, 2년 내 대표이사로 취임해야 한다. 안드레아스스틸처럼 창업자가 지분을 자녀들에게 분할 상속한다든지, 자녀들이 지분만 소유하고 전문 경영인을 채용해 회사를 운영하면 상속세 감면 혜택을 받을 수 없다.

신상철 중소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한국 정부도 2008년 이후 가업상속 공제 제도를 꾸준히 손질하고 있지만 아직 많은 부분에서 미흡한 점이 보인다”며 “1인 상속과 전문경영인 채용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는 현행 규정도 개선돼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관할 부처인 중소기업청 관계자는 “자식이 가업을 상속해야 세금을 깎아준다는 전제 아래 여러 조건을 만들다 보니 1인 상속과 2년 내 대표자 취임 같은 규정들이 들어간 것 같다”며 “가족기업의 지배구조를 제한하는 부작용이 있는 만큼 세제 관할부처인 기획재정부와 개선 방향을 협의해 보겠다”고 말했다.

박수진 기자 p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