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직원·민주당 일부 의원 반발…"감독체계개편 원점으로"

정부가 금융감독체계 개편 과정에서 금융감독원과 금융소비자보호원을 분리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그러나 금감원 직원들이 금융위원회를 포함한 조직 개편을 요구하고 나선데다 정치권 일각에서 특별위원회 구성을 검토하는 등 반대 움직임이 거세 정부안이 그대로 국회를 통과할지는 불투명하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금감원 내 금융소비자보호처를 두지 않고 금융소비자보호원으로 분리해 독립기구로 설치하기로 하고 세부 사항을 조율하고 있다.

이는 박근혜 대통령이 정부의 금융감독체계 개편안이 금융소비자를 위한 것인지 재고하라고 지시한 데 따른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현재 논의가 금융소비자원을 금감원에서 분리하되 어떤 방식으로 독립성을 보장할지에 논의가 집중되고 있다"면서 "최종안을 1∼2주 안에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금융위가 가져가려던 금감원의 제재권도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의 제재심의위원회가 금감원장과 금융소비자보호원장에 자문하는 기구로 바뀌고 이의신청심사위원회를 별도 설치하는 방안이 논의 중이다.

하지만 학계와 일부 민주당 의원들이 금융감독체계 개편 방법을 원점부터 따져보자고 주장해 국회에서 논쟁이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과 금소처의 분리, 금융위로 제재권 이양뿐 아니라 금융위가 가진 정책·감독기능 분리도 논란의 중심으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정치권에서는 정무위 등이 특위를 구성해 기존의 개편안을 백지화하고 새로 논의를 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국회 정무위 민병두(민주당) 의원은 "특위 구성과 관련된 학계의 요구가 일리가 있다고 본다"며 "국회 차원의 특위 구성을 추진하는데 의견을 같이하는 의원들이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정무위 김기준(민주당) 의원도 "지금껏 금융부문은 당국에 모든 것을 맡겨놓고 논의해 온 탓에 공론화가 많이 안됐다"며 "감독과 소비자보호, 가계부채 문제가 모두 사회적 화두이므로 금융감독을 어떤 식으로 할 것이냐를 공론화하는 것이 의미가 있다"고 전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금융위가 이달 감독체계 개편과 관련된 정부안을 제출하면 그 이후에 (특위 구성을) 추진할지, 혹은 그 이전에라도 추진할지는 아직 고민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특위 구성이 현실화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최근 일부 금융학자들은 금융위의 정책 기능을 다시 기재부로 통합하고 감독 기능은 금감원으로 이양하는 사실상의 '금융위 해체론'을 들고 나왔고, 민주당도 이 같은 필요성에 어느 정도 공감하는 모양새다.

하지만 현 정부 출범 직전 금융위를 정부부처로 격상시켜 금융부를 신설하는 안이 거론됐던 점을 고려하면 새누리당이 특위를 통해 금융위에 대한 '수술'을 논의하는데 박자를 맞춰줄 가능성은 크지 않다.

금융위 관계자는 "금융위 조직 개편은 대통령 인수위에서도 논의됐던 사안이 아니며 현 시점에서 정부 조직을 개편한다는 것은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일축했다.

금감원 일부 직원이 꾸린 비상대책위원회는 오히려 성명을 내고 금감원과 금융위의 통합을 주장하고 나섰다.

감독기능이 중복된다는 것이 그 이유다.

금감원은 건전성 감독과 소비자 보호 기능을 분리하는 안에도 반대하고 있다.

건전성 감독과 소비자보호가 양립할 수 없는 업무가 아니며 분리된 감독기관간 권한 다툼, 감독 사각지대 발생, 금융회사 부담, 금융위기 대응력 약화 등이 우려된다는 것이다.

비대위는 직원 명의의 성명에서 "금융위, 혹은 금융위 사무국이라도 금감원과 통합해야 한다"며 "또한 금융소비자 보호기구를 신설하려면 금융위로부터의 독립성을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연합뉴스) 심재훈 고유선 기자 president21@yna.co.krcind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