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달러 전고점 돌파 시간문제…수출에 부정적"
"이집트·포르투갈 잠재 위협요인…예의주시해야"

올해 상반기 한국 경제에 가장 큰 외부 위협 요인이던 엔저(엔화 약세)가 최근 들어 다시 재연되는 모습을 보이면서 하반기 경제에 다시 비상등이 켜졌다.

여기에 포르투갈의 연정 붕괴 위험에 따른 유럽 재정위기의 재악화 가능성, 이집트의 정정 불안으로 인한 유가 상승, 브라질, 인도, 중국 등 신흥국발 국제금융시장 불안 요인도 잠재 위험 요인으로 부상했다.

투자, 소비 등 내수가 부진한 상황에서 외국발 악재는 한국경제 회복에 적지 않은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7일 정부와 민간연구소 등에 따르면 최근 엔·달러 환율이 다시 달러당 100엔선을 돌파하는 등 엔저 흐름이 재연되고 있다.

엔·달러 환율은 지난 5월 달러당 103엔대 중반을 넘어서다가 한 달 만에 94엔대까지 급락하면서 아베노믹스에 대한 회의론이 힘을 얻었지만, 이달 들어 다시 100엔선을 넘어서면서 단순 반등이 아닌 기존 엔저 흐름의 복귀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외환 당국 관계자는 "국제적인 불안이나 일본 국채시장에 대한 염려로 엔화 약세가 단기간 주춤할 수는 있지만, 엔은 추세적으로 약세로 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정성춘 대외경제정책연구원 팀장도 "엔저가 조정국면을 마치고 다시 진행 국면으로 들어선 것으로 본다"면서 "상반기처럼 급속하게 진행되지는 않겠지만 궁극적으로 110엔선까지 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상당수 해외 투자은행들도 내년초 엔·달러 환율이 105~110엔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엔저의 복귀나 추가적인 엔화 약세가 점쳐지는 이유는 미국이 전 세계 경기 회복을 저해하지 않으면서 출구전략에 나설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 일본은 오는 21일 참의원 선거에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자민당이 승리하면 아베노믹스가 오히려 더 탄력을 수도 있다.

이에 따라 하반기 엔화 약세는 상반기보다는 덜 급진적인 형태를 띠겠지만 엔화 약세의 기간은 길어지면서 한국의 자동차와 철강, 기계 등 분야에서 타격이 가시화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정영식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엔저가 장기화하면 한국 기업이 결국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며 "일본 기업이 가격 경쟁력으로 공세를 취하면 충격은 더 커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포르투갈의 연정 붕괴 가능성, 이집트 군부의 쿠데타, 브라질·인도네시아 등 신흥국의 자금 유출도 소규모 개방 경제인 한국으로서는 단순한 잠재 변수 이상이 될 수 있다.

정부 관계자는 "포르투갈은 그리스보다 경제 규모가 크다는 점에서 연정이 붕괴하면 유럽 재정위기가 위험 수준으로 다시 악화할 수 있고 이집트 쿠데타도 잠재적인 유가 인상 요인이라는 점에서 최악의 경우 3차 오일쇼크 가능성까지 상정해봐야 한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이 관계자는 "정부는 이런 요인을 두루 감안해 시나리오에 따른 대응 계획을 마련하면서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세종연합뉴스) 박용주 김승욱 방현덕 기자 speed@yna.co.krksw08@yna.co.krbanghd@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