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5일 사상 최대 분기 실적을 발표했음에도 외국인과 기관은 3000억원어치를 순매도하며 ‘삼성 팔아치우기’에 바빴다.

지난 6월7일 미국계 투자은행 JP모건 보고서로 촉발된 외국인 매도세가 삼성전자 주가를 끌어내렸다면, 이날은 외국인은 물론 기관까지 매도세에 가담해 삼성전자 주가가 3.8% 급락했다.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5.83포인트(0.32%) 내린 1833.31로 장을 마쳤다.

외국계와 국내 증권사 관계자들은 한결같이 삼성전자 2분기 실적이 시장 기대에 못 미쳤으며, 3분기 이후 이익률 하락이 우려된 때문으로 풀이했다. 안승원 UBS증권 전무는 “숫자만 보면 삼성전자의 2분기 실적은 엄청난 건데 주가는 향후 성장에 대한 우려를 더 많이 반영한 것 같다”며 “스마트폰 성장 한계에 대한 우려가 현실화하면서 분위기가 더 냉각되고 있다”고 말했다.

오성진 현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외국인들이 삼성전자 스마트폰에서 제품 혁신이 없었다고 평가하면서 3분기 이후 실적을 확인한 뒤 대응하는 전략으로 돌아섰다”며 외국인 매도세 배경을 설명했다. 한 달 전만 해도 시장의 삼성전자 영업이익 평균 추정치가 10조7000억원이었기 때문에 실망감도 컸다고 지적했다. 오 센터장은 “특히 신흥시장에서 외국인이 주식, 채권, 엔화 등을 무차별적으로 팔고 있는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날은 기관이 1683억원어치의 삼성전자 주식을 순매도해 외국인 순매도액인 1318억원을 압도했다. 그러나 삼성전자의 주가 하락은 외국인 매물이 주도해온 게 사실이다. 지난 3월부터 삼성전자 주식을 팔아온 외국인은 6월 초 JP모건 보고서가 나온 이후 급격하게 매도량을 늘렸다. 6월7일부터 7월4일까지 총 2조8000억원어치의 삼성전자 주식을 순매도했다. 이 기간 유가증권시장 전체에서 외국인은 5조4700억원 순매도, 전체 순매도액의 51%가 삼성전자 주식이었을 정도다. 3월 초 50.5%대였던 삼성전자의 외국인 지분율은 5일 47.72%까지 떨어졌다.

이 때문에 국내 증시에선 미국 월가 자본을 중심으로 한 ‘삼성전자 때리기’라는 음모론까지 돌았다. 단기투자에 주력하는 헤지펀드들이 삼성전자 주가 급락의 진원지일 수 있다는 얘기다. 하준두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그러나 “삼성전자는 덩치가 워낙 큰 슈퍼 대형주여서 외국인이 공매도 등 전략을 구사하기 쉽지 않다”며 “작년 9월 애플에 대한 실적 우려만으로 주가가 700달러대에서 400달러대로 떨어진 애플 트라우마가 삼성전자에도 작용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장규호 기자 daniel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