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미우리 "임금인상 없는 '나쁜 물가상승' 우려"

'아베노믹스'가 불러온 엔화 약세가 일본 생필품 가격의 연쇄 인상을 야기하고 있다.

물가 상승은 장기 디플레이션 탈출을 위한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의 지상목표이지만 아직 임금 인상이 병행되지 않고 있어 이른바 '나쁜 물가상승'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는 상황이다.

4일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메이지(明治), 유키지루시(雪印), 모리나가(森永) 등 일본의 주요 우유 및 유제품 업체 3개사는 오는 10월 약 4년여 만에 제품 가격을 올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엔저로 수입사료 가격이 오르자 최근 생산자 단체와의 협상을 통해 10월부터 우유 납품 가격을 kg당 5엔(56원) 인상하기로 합의했기 때문이다.

또 지난 1일부터 닛신(日淸) 등 제분 대기업들이 밀가루와 튀김가루, 오코노미야키(일본식 빈대떡) 재료 등의 가격을 올렸다.

밀가루 값이 상승하자 야마자키(山岐) 제빵, 시키시마(敷島) 제빵 등도 이달 출하분부터 빵값을 올리고 있다.

식용유 업체들은 엔저가 지속되면서 지난 4월에 이어 이달 올들어 두 번째로 가격을 인상했다.

이집트의 정치혼란 속에 중동 산유국발 원유 공급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생겨나면서 유가가 상승압박을 받고 있는 것은 더욱 심각한 문제로 지적된다.

가뜩이나 엔저로 원유 수입가 부담이 커짐에 따라 일본내 휘발유 가격이 올들어 리터당 150엔(약 1천700원)대 고공행진을 계속하고 있는 터에 '이집트 악재'가 유가를 더 끌어올릴 경우 일본경제에 타격이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원유가격이 10% 상승하면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첫해 0.1%, 이듬해 0.3% 하락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2년 안에 물가를 2% 끌어올림으로써 장기 디플레이션에서 탈출하겠다는 것은 아베 정권의 핵심 공약이지만 아직은 물가상승과 근로자 임금인상이 함께 가는 '좋은 물가 상승'과는 거리가 있다.

지난 5월 현금 급여 총액은 2개월 연속으로 작년 동기와 같은 수준에 그쳤지만 6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년2개월 만에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SMBC니코증권 미야마에 고야(宮前耕也) 이코노미스트는 "임금이 오르지 않는데 물가만 상승하면 가계의 부담이 커져 개인 소비가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도쿄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jhc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