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SK하이닉스가 각자 보유한 반도체 분야 특허를 서로 공유하자고 손 잡았다.

세계 반도체 시장에서 두 회사의 시장점유율을 합하면14%, 특히 메모리 시장에서는 50%를 넘는 만큼 업계에 미치는 파장이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3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수 만 건의 반도체 분야 특허를 서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포괄적 특허 라이선스(특허 사용 계약)'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계약 기간이나 라이선스에 따른 비용 등은 공개하지 않았다.

국내 동종 대기업 간 특허 사용 계약을 맺은 것은 이례적인 경우로, 두 회사는 앞으로 특허 분쟁에 따른 소모전 대신 기술 혁신에 역량을 집중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번 계약 체결이 국내 IT 업체 간 불필요한 분쟁을 예방하는 좋은 선례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도 "특허로 인한 잠재적인 분쟁 가능성을 해소했다는 점에 큰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3월 말 기준으로 SK하이닉스가 보유한 반도체 분야 특허는 2만1422건에 달한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SK하이닉스보다 두 배 이상 많은 특허를 가진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는 2010년 미국 반도체 회사 마이크론과 10년 간 특허 사용 계약을 맺었다. 이보다 앞서 반도체 설계회사 램버스와도 특허 사용 계약을 체결했다. SK하이닉스 역시 이달 초 13년 간 끌어오던 램버스와의 소송을 끝내고 특허 라이선스를 맺었다.

업계에서는 메모리 반도체 시장 1,2위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특허 사용 계약을 맺음에 따라 세계 반도체 업계가 분쟁보다는 상호 협력을 통한 경쟁에 초첨을 맞출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램버스도 최근 '특허괴물'이라는 오명을 벗고 소송이 아닌 라이선스를 맺는 방식으로 관련업체들과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업계 한 관계자는 "수년 간 계속돼온 반도체 업계 치킨 게임에서 살아남은 업체들 간에 특허전을 미연에 방지하려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며 "소송보다는 라이선스를 통해 협력하는 것이 명분과 실리를 모두 챙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경닷컴 권민경 기자 k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