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7일 내놓은 하반기 경제정책운용방향은 경제를 살리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경제가 살아나야 고용이 증가하고 복지재원도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적극적이고 신축적인 거시 정책으로 민생경제를 회복시키고 투자 활성화, 중소기업 지원으로 내수·수출 여건도 개선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정부의 이런 방향은 뜻하지 않은 복병을 만났다.

무엇보다도 외국에서 날아드는 악재들이 적지 않다.

미국이 이미 양적완화에 대한 출구전략을 거론하는 등 선진국들의 통화정책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불거졌다.

한국의 최대 교역국인 중국도 성장률과 금융시스템에 심상치 않은 경고등이 켜졌다.

이에 따라 정부는 하반기 경제정책에서 '리스크 관리'에 적지 않은 에너지를 쏟아부어야 하는 상황이다.

◇ 정부, 경제살리기에 집중
하반기 국내 경기의 회복 모멘텀은 강하지 않을 것으로 정부는 보고 있다.

한국 경제는 8분기 연속 0%대의 저성장 흐름이 지속하는 가운데 1분기 성장률이 0.8%를 기록, 다소 반등하는 모습을 보여줬으나 하반기에는 소비와 설비투자가 여전히 부진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가계부채와 한계기업이 여전히 불안요인으로 자리잡고 있으며 수출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정부는 이에 따라 하반기에는 경제살리기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정부의 우선 목표는 3%대 성장률을 회복하는 것이다.

이는 고착화된 저성장을 의미하는 전분기 대비 0%대 성장률을 탈출하겠다는 의미다.

이런 차원에서 재정정책은 추경 등 재정여력을 최대한 활용해 3분기까지 집중 집행하고 발전시설 SOC 등을 중심으로 공공기관 투자규모를 5천억원 늘리기로 했다.

중소기업 지원 차원에서 총액한도대출의 지원 한도도 탄력적으로 조정하기로 했다.

중소기업 수출 경쟁력 강화 방안을 제고하고 중소·중견기업의 해외 소재 부품기업 등에 대한 인수·합병(M&A) 지원안도 함께 모색하고 있다.

아울러 민간기업들이 투자를 확대하도록 정부는 각종 지원책을 잇따라 내놓을 계획이다.

◇ 한발 빠른 美출구전략에 '우려'
문제는 예상치 않은 복병이 계속 나타난다는 점이다.

기획재정부 최상목 경제정책국장은 "당초에는 상·하방요인이 많이 줄었다고 생각했는데 미국이 양적완화 출구전략을 내놓으면서 이에 따른 실물경제 영향을 짚어보다 보니 상방 요인과 하방 요인을 균형으로 보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는 예상보다 빨리 나온 미국의 출구전략에 대한 우려를 반영한 것이다.

그전까지는 전 세계 경기회복 국면에서 한국도 훈풍을 받을 가능성을 더 크게 봤지만, 지금은 미국의 발 빠른 출구전략이 한국에 미칠 부정적인 영향까지 살펴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실제로 기재부는 "미국의 출구전략 시행시기, 방법 등이 질서 있게 시행되지 않으면 국제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될 우려가 있다"고 내다봤다.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가 전 세계의 경기 회복 속도보다 빠르게 진전되면 금융시장 불안이 확산되면서 글로벌 경기회복을 저해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유동성 공급의 축소 등으로 채권 금리가 상승하고 선진국의 양적완화에 힘입어 신흥국이나 원자재 시장에서 유입됐던 자본이 유출될 가능성을 정부는 함께 제기했다.

최 국장은 "그러나 이 이벤트는 미국의 경기회복세와 맞물려 진행한다"며 "경기회복을 전제로 진행되는 것이어서 과거 금융시장 악재와는 다르고 실물경제 미치는 영향도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른바 미국발 경제회복에 대한 기대감이다.

◇ 일본과 중국발 변수도 난제
엔저를 기반으로 한 일본의 아베노믹스 역시 한국 경기 회복에는 걸림돌이다.

당초에는 엔저에 따른 한국 기업의 수출 경쟁력 약화가 화두였지만 이제는 아베노믹스가 과연 지속 가능할지에 대한 물음표가 크게 찍혀있다.

구조개혁 성패에 따른 소비와 투자 등 민간 모멘텀 회복, 재정건전화 작업 등의 성공 여부가 아베노믹스의 향방을 좌우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기업실적 개선, 임금과 주가 상승 등으로 소비가 활성화되고 구조개혁으로 투자가 개선되는 등 민간 모멘텀이 회복되면 일본의 안정적인 성장세를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구조개혁에 실패하면서 고령화, 인구감소 등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일본은 다시 성장률이 둔화할 수 있다고 정부는 분석했다.

특히 재정건전성 우려로 신용등급이 하락하고 이 여파로 주가가 하락하고 금리가 상승하면 경기가 급락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부는 현 수준의 성장전략으로는 일본이 안정적인 물가상승과 성장세를 달성하기 어렵다는 게 대체적인 시장 평가라고 전했다.

이런 측면에서 아베노믹스의 성패가 한국 경제에 미칠 영향을 면밀히 분석해 교역과 자본 유출입 등 측면에서 리스크 요인을 관리하기로 했다.

정부는 최근 중국의 성장 둔화, 중국 통화당국의 긴축정책에 따른 신용 경색도 리스크 요인으로 보고 있다.

다만, 중국 정부의 정책대응력을 감안하면 경착륙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추정했다.

추경호 기재부 1차관은 "중국은 경제에서 정부의 역할이 크고 위기 순간에 그 역할이 힘을 발휘한다"며 "양적 성장에서 질적 성장으로 개편하는 과정에서 진통이 있겠지만 7%대 이상의 성장은 이어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 정부, 리스크 관리 강화 모드로
정부는 한국의 대내외 변수가 이처럼 녹록하지 않다는 점을 반영해 하반기 8대 핵심 과제 중 리스크 관리 강화를 3%대 성장과 함께 중요한 부문 중 하나로 분류했다.

우선 미국 등 선진국의 양적완화 축소에 따른 위기관리 대응을 강화하기로 했다.

조기경보시스템 운영을 지속하면서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 한국은행, 국제금융센터 간 시장 점검 내용을 실시간으로 공유하기로 했다.

거시경제금융회의를 수시로 열고 글로벌 자금흐름, 외화유동성 상황, 주요국 정책동향 등에 대한 모니터링 강도도 높이기로 했다.

주요국 정부 및 중앙은행과 소통 채널을 강화하는 것도 이 같은 맥락이다.

정부는 상황별 대응계획(Contingency Plan)을 지속적으로 보완해 외환시장과 외화유동성 등 문제에 신축적으로 대응하기로 했다.

개별 위험요인이 시스템 리스크로 확산되지 않도록 한국 경제의 리스크 요인을 시기·분야별로 목록화하는 작업도 진행 중이다.

현재의 금융불안 등 변수 외에도 비정규직 문제 등 국내 경기의 취약점 등을 모두 취합해 종합 관리하기 위해서다.

가계부채 규모·증가속도의 적정수준 관리, 취약계층 부채 상환여건 개선을 위한 지원, 제2금융권 등 금융회사의 건전성 관리 확대, 취약업종을 중심으로 한 한계기업에 대한 모니터링 강화, 부실기업 구조조정 등도 리스크 관리 항목에 들어있다.

(세종연합뉴스) 박용주 기자 speed@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