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감몰아주기, 받은 계열사도 처벌
대기업 총수 일가에 경제적 이익을 주기 위해 계열사에 일감을 몰아준 회사는 물론 수혜 업체도 처벌 대상에 포함돼 관련 매출액의 최고 5%에 해당하는 과징금을 물게 된다.

국회 정무위원회는 26일 법안심사 소위와 전체회의를 잇따라 열고 이런 내용을 담은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개정안은 대기업 총수 일가의 사익편취를 규제하기 위해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대기업의 정상적인 수직계열화까지 막을 수 있다는 ‘과잉 입법’ 비판이 일면서 개정안 내용이 일부 수정됐지만 기존 공정거래법에 비해서는 한층 강화된 대기업 관련 규제여서 재계가 반발하고 있다. 개정안은 법제사법위원회 심사를 거쳐 6월 임시국회 내 최종 처리될 전망이다.

정무위는 최대 쟁점이던 대기업 총수 일가의 사익편취 처벌 기준 신설과 관련, 공정거래법 제3장(경제력 집중 억제)에 별도 조항을 신설하는 대신 기존 5장(불공정거래 행위의 금지)의 규제 조항을 강화하는 선에서 결론을 내렸다.

대신 5장의 명칭을 ‘불공정거래 행위 및 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한 이익 제공 금지’로 변경, 경쟁 제한성 입증 없이도 일감 몰아주기를 규제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 규제 대상 거래는 △정상적인 거래보다 상당히 유리한 조건의 거래 △회사가 직접 또는 자신이 지배하고 있는 회사를 통해 회사에 이익이 될 사업 기회를 제공하는 행위 △가격 또는 거래 조건에 대한 합리적 경영 판단을 거치지 않은 상당한 규모의 거래 등으로 명시했다.

개정안은 또 부당 지원 행위의 판단 요건을 ‘현저히 유리한 조건’에서 ‘상당히 유리한 조건’으로 바꿔 제재 수위를 높였고, 일감 몰아주기로 혜택을 입은 계열사도 처벌하기로 했다.

기업 간 직접 거래가 가능한데도 중간에 총수 일가 계열사를 끼워넣어 별다른 역할 없이 거래 수수료를 챙기는 이른바 ‘통행세’도 규제하기로 했다.

정무위는 이날 금융정보분석원(FIU)이 금융거래 정보를 국세청 등에 제공한 경우 이를 당사자에게 통보하도록 하는 내용의 특정 금융거래 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FIU법) 개정안도 처리했다.

FIU가 국세청, 검찰 등에 2000만원 이상의 고액 현금거래정보(CTR)를 제공했을 경우에 한해 늦어도 1년 안에 당사자에게 알리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