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피난처 가운데 하나인 사모아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한 김영소 한진해운 전 상무는 2001년 서남아지역본부로 발령나기 직전까지 (故) 조수호 한진해운 회장의 비서실 부장으로 근무했다.

김 전 상무와 함께 사모아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한 조용민 전 한진해운 홀딩스 사장은 대표적인 재무통으로 조 전 회장의 오른팔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 전 상무는 2001년 9월 초 한진해운 서남아지역 부본부장으로 근무할 당시 조용민 전 한진해운 홀딩스 사장과 함께 사모아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한 것으로 드러났다.

조세피난처 사모아는 외환거래에 제한이 없고 사업에 대한 세금이 없으며 어떠한 회계요구도 하지 않는 곳으로 유명하다.

이들 한진해운 전직 임원과 사장은 2001년 6월 페이퍼컴퍼니 등록대행업체가 미리 만들어 놓은 '로우즈 인터내셔널'이라는 페이퍼컴퍼니의 주식을 인수했다.

이들은 3개월 뒤 이 등록대행업체가 전형적으로 내세우는 차명이사 이름인 '덱트라 리미티드'로 단독 등기이사를 등재하며 실소유주가 누구인지 숨기려는 의도를 보였다.

한진해운이 페이퍼컴퍼니를 직접 설립하지 않고 중개업체가 만들어 놓은 페이퍼컴퍼니를 인수한 것은 급하게 조성한 비자금을 페이퍼컴퍼니에 숨기려 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한진해운은 사모아에서 어떠한 기업 활동이나 사업도 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한진해운이 선박금융이나 해운사업을 위해 회사 차원에서 만든 페이퍼컴퍼니는 적어도 아니라는 얘기다.

뉴스타파는 이 페이퍼컴퍼니가 고 조수호 전 회장과 관련돼 있고, 회사의 비자금을 숨기거나 회장의 사금고로 활용할 의도로 전직 사장과 임원 명의를 빌렸다는 강한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서로 다른 부서와 지역에서 근무하던 두 사람이 개인적인 목적으로 페이퍼컴퍼니를 만들었다고 보기에는 설득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2001년 당시 김 전 상무는 서남아지역 부본부장으로 싱가포르에서 근무했고, 조 전 사장은 미주지역본부에서 근무하고 있었다.

뉴스타파는 지난달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를 세운 2차 명단 발표 때 조 전 회장의 배우자 한진해운 최은영 회장과 조용민 전 대표이사가 UBS 홍콩 지점의 소개로 2008년 10월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한 사실을 폭로한 바 있다.

한진해운 전·현직 회장이 전직 사장과 임원의 명의를 이용해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하고 역외탈세를 하려 했다는 의혹에 대한 정황은 또 있다.

김 전 상무와 조 전 사장의 페이퍼컴퍼니의 설립을 중개한 곳이 최 회장과 조 전 사장의 페이퍼컴퍼니 설립을 중개한 UBS 홍콩지점과 같기 때문이다.

UBS는 고객의 비밀을 철저히 보장하는 것으로 유명한 스위스 최대 은행이라는 점도 뉴스타파가 제기하는 의혹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김 전 상무는 2009년 한진해운 그만두고 '브레인 트러스트 파트너스'라는 투자자문사를 차린 것으로 밝혀졌다.

공교롭게도 이 투자자문사는 한진해운 바로 옆 건물에 자리 잡고 있다.

한진해운의 현직 회장과 전직 사장에 이어 전직 임원까지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과세 당국과 사정 기관의 움직임에 귀추가 주목된다.

(서울연합뉴스) 홍국기 기자 redfla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