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공개(IPO) 수 105건, 조달금액 7억3100만유로(약 1조900억원).’

지난해 폴란드 증시가 거둔 성적이다. 국내총생산(GDP)이 폴란드의 두 배에 가까운 한국 증시가 지난해 IPO 28건, 조달금액 1조90억원 수준의 성과를 낸 것을 감안하면 신규 상장이 얼마나 활발했는지 쉽게 알 수 있다.

지난 7~8일 폴란드 바르샤바에 있는 증권거래소에서 열린 ‘IPO 서밋’에는 유럽 전체에서 가장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는 시장 중 하나인 폴란드 증시의 현황을 파악하기 위해 세계 30여개국의 투자자들이 몰렸다. 한국경제신문은 이 행사에 아시아 언론으로는 유일하게 초청받았다.

폴란드 증시가 최근 거둔 IPO 성적은 다른 유럽 선진국들을 능가한다. 지난해 기준 IPO 수로는 유럽 전체에서 1위다. IPO를 통한 조달금액 측면에서도 영국 독일 등에 이어 5위를 기록했다. 경제 규모가 훨씬 큰 이탈리아(4800만유로)나 스페인 증시(900만유로)를 멀찌감치 따돌렸고 스위스(8억유로)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 특히 2011년 이후 외국 기업만 23개나 폴란드 증시에 상장했다. 미국 캐나다 영국 스위스 등 21개국 기업들이 폴란드 증시에 상장돼 있다.

폴란드 IPO 시장의 호황은 상대적으로 견고한 경제 상황에 기반을 두고 있다. 폴란드는 지난 20년 동안 한번도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적이 없다. 올해는 2.6% 성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도 52%대로 80%가 넘는 독일이나 100%가 넘는 이탈리아 등에 비해 안정적이다.

다양한 층위로 구성돼 있는 금융시장도 외국인투자자를 유인하는 요인이다. 대기업 주식을 거래하는 ‘메인마켓’, 중소기업 중심의 ‘뉴코넥트’를 비롯해 파생상품시장, 채권거래소, 원자재거래소 등 7개의 시장으로 구성돼 있다. 청산 서비스(금융 선물거래의 결제를 보증하는 것)를 제공해 시장 참가자의 리스크를 줄여주고 있는 것도 강점이다.

정부의 강력한 민영화 의지도 폴란드 증시가 활력을 유지하는 이유다. 폴란드 정부는 이제껏 260개 국영기업을 증시에 상장시키는 방법으로 민영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