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유럽연합(EU) 등은 국내보다 개인신용정보의 수집과 활용이 훨씬 자유롭기 때문에 활용 범위가 더 넓다.

미국의 개인신용평가(CB)사는 고객 동의 없이 금융회사가 보유한 개인신용정보를 수집할 수 있다. 금융회사는 대출 등 금융거래는 물론 직원 고용 때도 고객이나 입사 지원자의 동의 없이 CB사의 개인신용정보를 이용할 수 있다. 나아가 금융거래 때 마케팅 목적으로도 개인신용정보를 활용할 수 있다. 다만 개인은 상품정보 제공 명단에서 자신을 제외시켜줄 것을 요청할 권리를 가진다. 서영우 나이스신용평가정보 사업지원실장은 “집 주인이 전세를 얻으려는 사람의 신용정보를 CB사에 요청해 계약 체결 여부 판단에 활용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국내에서는 개인정보의 오·남용 및 유출에 따른 프라이버시 침해를 우려해 각종 법률을 통해 개인신용정보의 활용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신용정보법은 개인신용정보의 이용 범위에 대해 개인이 신청한 대출 등 금융거래나 상거래 관계의 설정 및 유지 여부 등을 판단하기 위한 목적으로만 이용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정보통신망법은 개인의 사생활을 침해할 수 있는 모든 개인정보 수집 및 활용 때 사전 동의를 받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개인신용정보가 정보의 비대칭성을 완화해 경제활동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기 때문에 개인신용정보 흐름의 양을 줄이는 방향의 현행 정책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오히려 범죄 가능성을 키우고 이미 개인신용정보를 상당히 축적한 대기업과 대형 금융회사에만 유리하게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는 지적이다.

정재욱 세종대 경영대 교수는 한 기고문에서 “개인정보 수집 절차를 선진국처럼 ‘제외 요청’ 방식으로 바꾸되 개인정보의 오·남용 및 유출·도난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개인정보에 대한 선별적인 활용을 유도해 개인·기업의 편익과 개인 프라이버시 보호 간에 조화가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