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통장·도장만으로 부인 명의 통장 2억원 인출

모 시중은행 지점이 예금주 본인 확인을 소홀히 한 채 거액의 예금을 인출해줘 물의를 빚고 있다.

이 은행은 예금주로부터 항의를 받은 뒤 임기응변식 대처로 일관하다가 결국 금융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다.

14일 모 은행 부산 범일동 지점 등에 따르면 김모(44·여)씨는 지난해 5월 총 2억원이 입금된 정기예금 3개 통장이 해지돼 잔고가 0원인 사실을 알고 황당함을 감출 수 없었다.

김씨가 은행에 확인해보니 김씨와 별거 중인 남편이 몰래 김씨의 도장과 통장으로 해당 지점에서 통장을 해지한 뒤 자신의 명의로 통장을 개설해 2억원을 입금한 것이었다.

이 과정에서 은행 직원은 예금주인 김씨 본인 확인 없이 남편에게 예금을 해지·인출해줬다.

현행 법에서는 예금 인출시 주민등록증 등으로 반드시 예금주 신분확인을 거쳐야 함에도 이 과정을 생략한 것이다.

이 지점의 부실한 대처는 이후에도 계속됐다.

돈이 빠져나간 사실을 안 김씨가 내용증명을 보내는 등 은행에 항의하자 이번에는 2억원이 든 남편의 정기예금 계좌 잔액을 0원으로 만들고 해지된 김씨의 예금계좌 잔액을 이전처럼 2억원으로 원상복구하는 전산상의 조치를 취했다.

1년여만에 해지된 예금 계좌가 원래대로 회복된 것을 안 김씨가 최근 예금을 인출하려고 하니 다시 은행거래가 거부됐다는 사실을 알고 또 한번 분노했다.

이번에는 남편이 본인 동의없이 계좌에서 돈이 빠져나간 사실을 은행에 항의하자 이 은행은 아예 김씨의 계좌거래를 중지시켜버렸기 때문이다.

결국 이 은행의 실수 때문에 2억원의 예금이 꼼짝없이 묶여버렸고 참다못한 김씨는 최근 금융감독원에 민원분쟁 조정신청을 내기에 이르렀다.

이에 대해 해당 은행 관계자는 "예금 인출시 본인확인을 소홀히 하면서 발생한 잘못을 인정한다"며 "현재 금융감독원이 조사를 하고 있고 당사자간 분쟁이 잘 마무리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부산연합뉴스) 김선호 기자 win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