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X건설 이어 STX팬오션도 법정관리 신청

STX그룹의 주요 계열사인 STX팬오션이 7일 법정관리행을 선택하면서 STX그룹의 해체가 가속화하게 됐다.

STX그룹은 이미 유동성 위기를 겪으며 조선업을 중심으로 그룹 체계를 전면 슬림화하기로 하고 작년 12월부터 양대 주력 계열사 중 하나인 STX팬오션의 매각을 추진해왔다.

그러나 조선·해운업황의 극심한 부진에, STX팬오션이 안고 있는 부채에 대한 부담까지 겹치면서 공개매각은 불발됐다.

STX팬오션의 부채는 선박금융 2조5천억원, 회사채 1조2천억원, 은행 채권 7천억원 등 4조4천억원에 달한다.

매각 실패 후 2대 주주인 산업은행이 인수하는 방안이 대안으로 거론됐으나 산은마저 끝내 인수에 난색을 표하면서 결국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밟게 됐다.

이로써 STX그룹에선 STX팬오션이 두 번째로 법정관리를 신청하게 됐다.

역시 극심한 불황을 겪고 있는 건설업 계열사인 STX건설도 4월 법정관리를 신청해놓은 상태다.

또 그룹 지주회사인 ㈜STX와 주력 계열사인 STX조선해양, STX엔진, STX중공업은 채권단 자율협약이 체결됐고, 시스템통합(SI)업체인 포스텍도 자율협약을 신청한 상황이다.

그룹의 전체 계열사 24개 중 주요 계열사 2곳이 법정관리를 신청했고 5곳은 채권단 자율협약의 '우산' 아래 들어갔거나 들어가기를 기다리는 구도가 됐다.

여기에 더해 STX에너지와 해외 계열사인 STX프랑스, STX핀란드, STX다롄조선 역시 매각이 추진되고 있다.

STX팬오션의 그룹 분리는 매각 추진 단계부터 이미 기정사실화돼 있던 사안이지만 법정관리 신청으로 STX그룹의 해체는 더 가속화하게 됐다.

법정관리가 받아들여지면 대주주 감자, 법정관리인 파견 등으로 그룹과의 연결고리가 끊어지는 수순을 밟게 되기 때문이다.

STX팬오션은 ㈜STX가 27.36%의 지분을 보유한 최대 주주이고 14.99%의 지분을 가진 산은이 2대 주주다.

또 STX조선해양과 STX팬오션이 그룹 전체 매출의 70%가량을 차지하는 주력 계열사였다는 점에서도 STX팬오션의 법정관리행은 그룹 해체의 본격화란 상징성을 띤다.

STX팬오션의 법정관리를 선택하면서 STX그룹으로서는 당장 시급한 현금 확보 기회는 놓치게 됐다.

STX 관계자는 "매각이 성사됐다면 매각 대금이 그룹으로 유입되는 효과가 있었을 텐데 법정관리로 가면서 이는 불발됐다"며 "매각이 무산된 만큼 법정관리 신청은 불가피했다"고 말했다.

주요 계열사들이 이미 채권단 자율협약에 들어간 만큼 매각 대금을 운영자금으로 쓰진 못해도 부채 상환엔 쓸 수 있었다.

STX 관계자는 "STX팬오션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도 다른 주요 계열사들은 채권단 자율협약 절차를 밟고 있어 그룹 전체적인 구조조정에는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정성호 기자 sisyph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