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이장호 BS지주 회장 물러나라"…度 넘은 '관치금융' 비판 확산
금융권에 대한 금융당국의 관치(官治)가 도를 넘어서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새 정부 들어 강만수 산은금융지주 회장, 이팔성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퇴진키로 할 때만 해도 정부 소유 금융회사인 데다 이명박정부의 인물들인 만큼 당연한 수순이라는 분위기가 많았다. 하지만 최근 KB금융지주 회장 선임과 관련, 신제윤 금융위원장이 “능력과 전문성이 있으면 관료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발언한데 이어 이번엔 금융감독원이 이장호 BS금융지주 회장에게 퇴진하라고 압박한 것으로 확인됐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5일 “지난달 이 회장을 만난 자리에서 거취를 판단해 달라는 입장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 회장이 오랜 기간 최고경영자로 있다 보니 조직이 폐쇄적으로 운영돼 아랫사람들이 눈치만 보고 있다”며 “현명한 판단을 해 달라고 했다”고 덧붙였다.

금감원이 표면적으로 내세운 명분은 이 회장이 2006년 이후 부산은행장과 BS금융 회장 등을 거치며 ‘장기 집권’함에 따라 심각한 폐해가 나타났다는 것이다.

금감원은 지난해 9월 실시한 종합검사 결과를 거론하며 임원 54명 가운데 24명이 이 회장의 모교인 부산상고와 동아대 출신인 점을 문제삼았다. 또 BS금융의 후계자 승계 프로그램이 미비하다는 이유로 내년 3월 임기가 끝나는 이 회장이 연임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금감원이 이날 배포한 BS금융과 부산은행의 검사 결과 보도자료 어디에도 이 회장의 퇴진 압박을 정당화할 수 있는 내용은 없었다. 이 때문에 금융권에서는 장기 집권 폐해 등은 퇴진 압박의 명분일 뿐 다른 이유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회장이 지난 대선 등에서 보인 행보 등을 문제삼은 것 아니냐는 해석이다.

BS금융지주는 정부가 소유한 지분이 하나도 없는 민간 금융회사다. 롯데제과(관계사 포함)가 13.59%의 지분율로 1대주주이고 △애버딘글로벌 6.59% △국민연금 5.50%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 4.34% △파크랜드 4.14% 등의 순으로 지분을 갖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금융지주 회장의 경영상 책임이나 법규 위반 등이 발견되면 제재 절차를 통하면 될 일이지 노골적으로 퇴진을 종용하는 것은 도를 넘은 처사라는 비판이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특별한 이유도 제시하지 않고 최고경영자를 퇴진하라는 것은 관치를 넘어 월권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류시훈/장창민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