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은 올해 보험민원 감축을 핵심 과제로 선정해 추진하고 있다. 작년 금융감독원에 접수된 보험민원(4만8471건)이 전체 민원의 절반(51.1%)을 넘었을 뿐 아니라 증가 속도도 빨라서다. 실손의료보험 보험료 인상과 변액보험 수익률 논란 등으로 보험산업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바꿀 필요가 있다는 판단도 깔려 있다.

최수현 금감원장은 보험사 최고경영자(CEO) 주도로 보험민원 감축을 주문했다. 또 주요 민원을 보험상품 안내자료에 포함시키고, 보험상품 간 비교를 쉽게 하는 등 보험사에 소비자 보호를 위한 다각도의 변화를 당부했다. 이에 맞춰 보험사들도 민원 감축과 소비자 보호를 위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보험업계, 콜센터 불만 접수시 해당부서가 직접 응대·CEO직속 전담부서 배치
○협회 통해 모범 사례 공유

정부의 소비자보호 중시 정책에 보조를 맞춰 보험업계는 다양한 장치를 마련하고 있다. 협회를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다. 생명보험협회는 작년에 금융업권 최초로 자율적인 소비자 보호를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운영하고 있다. 민원 유형을 분석해 모집단계, 유지단계, 지급단계에서 발생하는 민원감소 대책을 공유하고 있다.

생보협회와 각 보험사들은 홈페이지에 있는 공시실을 초기 화면의 접근성이 높은 위치에 배치하기로 했다. 허위·과장 광고를 사전에 막기 위해 사전심의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보험판매 쇼호스트에게는 보험 전문 지식을 교육하고, 설계사에게는 보험금 지급 금액 등에 대한 소비자의 기대를 부풀리는 행위를 금지하도록 교육하고 있다.

손해보험협회 역시 완전판매를 위한 모집질서 개선에 적극적이다. 매년 보험사 전속 설계사와 개인 대리점을 대상으로 심사를 거쳐 우수인증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완전판매를 위한 동기를 부여하고 보험산업 전반에 대한 신뢰도를 높일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소비자 눈높이에 맞는 보험상품 광고 개선방안을 추진 중이며 소비자 교육도 확대하고 있다. 금융 교육 유관기관과 연계한 보험교육을 진행 중이다. 청소년에 대한 손해보험 교육을 활성화하기 위해 일선 교사를 대상으로 한 직무연수과정도 마련했다.

○CEO 직속 전담 부서…AS에 집중

보험회사들은 CEO가 나서 직접 소비자 보호를 챙기고 있다. 교보생명은 소비자 보호부서를 CEO 직속으로 배치했다. 별도의 고객보호 담당 임원은 소비자 보호 업무를 전문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전국 7개 지역별 서비스 회복 센터를 독립기구화해 지역 내 소비자 보호 업무를 총괄케 했다. 서비스회복 센터는 45명의 담당 직원을 배치해 고객 불만을 최소화하기 위한 소통에 집중하고 있다. 이런 노력의 결과로 교보생명의 올 1분기 대외 민원은 전년 동기 대비 18.2% 감소했다. 사내 민원 역시 같은 기간 약 60% 줄었다.

교보생명은 상품 개발 단계에서부터 민원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고객이 필요로 하는 상품과 서비스를 개발하고, 판매와 출시 과정에서도 고객 요구를 충분히 반영할 수 있도록 상품 개발 과정을 수정했다. 평생 든든 서비스는 대표적인 소비자 보호 노력의 일환이다. 신계약 확보가 아닌 고객 확보로 경영 전략을 바꾼 핵심적인 변화다. 평생 든든 서비스는 보험상품 가입, 유지, 지급의 전 단계에 걸쳐 고객을 만족시킬 수 있는 재정적 보장과 심리적 안정을 목표로 한다. 설계사가 최소 1년에 1번 이상 고객을 방문해 기존 계약의 보장 내역을 또다시 안내하고 청구되지 않은 보험금이 없는지를 확인해준다.

삼성화재는 최근 만화 형태의 보험상품 안내장을 선보였다. 어려운 보험상품을 쉽게 고객에게 전달하겠다는 취지에서다. 상품에 대한 고객의 이해도를 높여 민원을 줄이는 효과까지 기대하고 있다. 자동차보험 약관도 궁금한 내용을 빠르게 찾을 수 있도록 구성을 바꿨다. 전체적인 글씨 크기를 키우고 약관 맨 앞 부분에 가장 많이 질문하는 내용을 배치했다. 본문에 어려운 용어가 나오면 별도의 설명을 달았다. 고객패널제 운영은 점차 확대하고 있다. 고객으로부터 직접 보험상품 계약과 서비스 경험을 들어 신속하게 업무 개선에 반영하기 위해서다.
보험업계, 콜센터 불만 접수시 해당부서가 직접 응대·CEO직속 전담부서 배치
○판매부터 지급까지 ‘소비자 보호’ 우선

삼성생명은 고객만족과 완전판매를 달성할 수 있는 업무 과정을 구축하고 있다. 보험 가입 직후에 서비스콜을 통해 상품의 주요 내용을 다시 한번 확인한다. 고객이 보험 계약을 유지하는 기간이나 해지할 때 불만사항에 대해서도 꼼꼼하게 체크한다. 콜센터나 설계사를 통해 불만족 사항이 접수되면 해당 부서에서 직접 고객과 접촉한다. 민원 처리 담당자와 절차 등에 대해 우선적으로 안내하고, 문제가 해결되기 어려우면 이후의 절차를 설명해 준다.

완전판매를 위한 조직도 따로 뒀다. 본사에 규제 대응(컴플라이언스) 부서가 있으며, 지역사업부별로도 두세 명의 컴플라이언스 매니저를 배치했다. 영업 관리자에 대한 교육을 반기에 1회 이상 실시하고 있다. 보험모집 질서를 위반한 설계사에는 단계별로 교육 판매제한 모집정지 해촉 등의 조치를 취하고 있다. 고객 사랑 지급 서비스를 활용하면 보험금 수령도 간편하게 할 수 있다.

삼성생명은 연 2조5000억원에 달하는 사망 질병 등의 사고보험금 지급 전반의 과정을 고객 중심으로 바꿨다. 편리한 문의와 접수를 위해 전용 콜센터(1577-4118, 일반 보험문의 1588-3114)를 개설, 100여명의 전용 상담원을 배치했다. 불필요한 자동응답전화(ARS) 절차를 생략하고 바로 상담원과 연결된다.

또 전산만으로 심사를 끝내는 전산심사시스템을 확대해 보험금 지급기일을 크게 단축했다. 본사가 아닌 일선 창구의 직접 심사도 강화해 보험금 청구 당일 지급률을 50% 이상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사망보험금 일부 우선 지급서비스도 절차 등을 간소화했다. 사망보험금 지급은 사망신고 등의 절차로 보통 2~3주 걸리지만 사망진단서와 가족관계 서류만으로 접수 후 1일 이내에 3000만원까지 일부 지급하도록 했다. 장례비 등 긴급 자금이 필요할 때 유용한 서비스다.

○민원 개선 간담회에 민원 예보제까지

현대해상은 민원 개선 간담회를 시행하고 있다. 민원 발생의 원인이 되는 업무 과정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월 1회 본사 주요 부서 팀장이 민원제도 관련 개선 안건을 심의해 개선안을 내고 있다. 개선안은 현장 업무에 즉시 적용된다.

소비자 권익보호를 위한 협의체도 있다. 자회사 서비스 임원과 본사 서비스 임원 등을 중심으로 분기 한 차례 정도 서비스 성공 사례를 공유하고 발전시키는 식이다. 실제 여기서 나온 사례들이 신속하게 민원을 해결하고 불합리한 제도를 개선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민원 예보제 시행으로 효율적인 민원 관리를 추구하고 있다. 조직별로 전년 대비 민원 발생 정도를 3단계(주의, 경고, 위험)로 예보해 민원 발생을 예방하자는 취지다. 조직마다 자발적으로 민원 관리를 한다는 장점이 있다. 현장 직원에게 지침이 될 수 있는 민원 응대 매뉴얼을 만들고, 고객의 소리 시스템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개선사항을 발굴하고 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