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장으로 승진한 김모씨 "이자 깎아 주세요"…대출금리 0.3%P 인하…연 9만원 이자 줄였다
서울에서 직장에 다니는 김하균 씨(38)는 지난해 은행에서 신용대출로 3000만원을 빌렸다. 개인신용평가시스템 결과 신용등급 3등급으로 만기 1년짜리 직장인급여이체 신용대출을 연 5.4%(우대금리 포함)의 금리를 적용받았다. 그런데 올초 직장 내 정기 인사를 통해 대리에서 과장으로 승진하면서 연봉이 500만원가량 늘었다. 거래 은행에 연봉이 늘었으니 금리 인하가 가능한지 물었고, 곧바로 0.3%포인트를 깎아 줄 수 있다는 답을 들었다. 이에 따라 연 9만원의 이자를 덜 내게 됐다.

도입한 지 10년이 넘었지만 잘 모르고 있는 게 바로 금리인하요구권이다. 하지만 최근 금융당국의 지도와 금융권의 소비자보호 강화 추세 덕분에 알아두면 요긴하게 써 먹을 수 있는 권리다.

○금리 인하 신청 올 들어 급증세

은행에서 대출금리를 깎아 달라고 요구할 수 있는 길은 활짝 열렸다. 은행연합회가 지난해 금리 인하 요구권, 금리 공시 등을 담은 ‘대출금리 모범규준’을 의결하면서다. 이 가운데 금리인하요구권은 취업, 연봉 상승 등 신용등급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변화가 있을 때 신용대출 금리를 내려 달라고 제안할 수 있는 권리다.

이미 2002년 도입됐지만 은행마다 기준이 다르고 이용 실적이 거의 없어 10여년 동안 사실상 유명무실하게 운영돼 왔다. 은행권에서 금리인하요구권이 도입된 지 올해로 11년째지만 실적은 5년간 3710건에 머물며 크게 부진했다. 하지만 작년 4분기 이후 제도에 대한 홍보와 지도가 강화되자 이용률이 급증하는 추세다.

대부분의 시중은행이 신규 대출이나 만기 연장 시 적용된 금리에 대해 대출고객에 한해 SMS 서비스를 통해 금리인하요구권을 공지해 주고 있다. 개인 및 개인사업자 대출고객에 한해 변동금리대출의 금리가 변동될 때마다 정보를 제공해 주고 있다.

개인은 △취업 △승진 △소득 증가 △신용등급 개선 △전문자격증 취득 △우수고객 선정 △재산 증가 등 7가지 요건에 해당하면 금리 인하를 요구할 수 있다. 기업의 경우 △회사채 신용등급 상승 △재무상태 개선 △특허 취득 △담보 제공 등의 사안이 있을 때 금리를 깎아 달라고 요구할 수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에 금리 인하를 요구할 경우 신청 시점의 개인 외부 신용등급과 은행내부 신용등급 등에 따라 금리 인하폭이 일률적으로 정해져 있지는 않다”며 “창구에서 상담을 통해 금리인하 폭을 산출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작년 10월부터 올해 3월까지 6개월 동안 앞서 예로 든 김씨처럼 소득 증가 등을 이유로 은행에 금리 인하를 요청해 혜택을 본 사람은 1만3346명에 달한다. 소비자의 요구로 이 기간 금리가 인하된 대출금 규모는 모두 5조4000억원이며, 평균 인하폭은 1.0%포인트다. 금융소비자들이 540억원가량 이익을 본 셈이다.

이 기간 모두 1만4787건(5조9000억원)에 대한 금리 인하 신청이 접수돼 이 중 90.3%가량이 혜택을 봤다. 금리 인하가 이뤄진 대출을 기준으로 볼 때 건수로는 가계대출 비중(8571건, 4900억원)이 컸고 금액으로는 기업대출 비중(4775건, 4조9000억원)이 높았다. 작년 4분기에는 4108건(6000억원)이 접수됐는데 올해 1분기에는 1만679건(5조3000억원)으로 늘어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과장으로 승진한 김모씨 "이자 깎아 주세요"…대출금리 0.3%P 인하…연 9만원 이자 줄였다
○카드사에서도 금리 인하 가능


카드업계에서도 금리인하요구권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2002년 여신거래기본약관에 근거가 마련된 이후 현재 은행권에서 시행되고 있으며 카드론에 이어 보험업계에서도 시행될 예정이다.

카드론은 저축은행, 캐피털 신용대출과 함께 대표적인 서민금융상품이다. 저축은행의 신용대출이 평균 20% 후반대, 캐피털 신용대출이 20% 초중반인 데 비해 카드론은 평균금리가 15% 수준으로 낮아 인기가 많다.

카드 사용자 입장에서 카드론은 금리 부담이 상대적으로 작고 만기가 길다는 이점 이외에 전화ARS, 인터넷, 모바일 등을 통한 비대면 대출신청이 가능하고 중도상환 수수료도 없다. 이에 따라 올해 1분기 카드론은 6조6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6조원 대비 9.9% 증가하는 등 상승 추세다.

최근 카드업계는 금융소비자의 권익보호 강화를 위해 기존 개인회원표준약관 외에 카드론 표준약관을 별도로 마련 중이다. 여기에는 카드론 이용 사전동의 및 보이스피싱 등 대출사기피해 방지를 위한 본인 확인 절차뿐만 아니라 금리인하요구권이 명시될 예정이다. 따라서 하반기에 카드론 표준약관이 시행되면 신용등급 상승, 직장 및 직위의 변동, 자산 증가 등으로 소비자의 신용이 현저하게 개선됐을 경우 카드론 이용자들도 카드사에 금리 인하 요구가 가능해질 전망이다.

카드업계에서는 카드론에 대한 금리인하요구권이 도입된다 할지라도 당장 은행권과 같은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하지만 경기 침체로 고통받고 있는 서민층엔 희망적인 소식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카드업계는 소비자 권익 보호를 위해 카드론뿐만 아니라 리볼빙 체크카드 선불카드 등 개별상품 표준약관도 마련해 나갈 방침이다. 업계에서는 소비자와 카드사 간 권리관계가 명확히 규정돼 카드사와 소비자 간 거래질서의 공정성이 한층 강화되고 소비자의 권익이 더 강화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민기 여신금융협회 시장부장은 “권리 위에 잠자는 자는 보호되지 않는다는 말이 있듯이 금리인하요구권 등은 소비자가 적극적으로 관심을 갖고 행사해야 하는 권리”라며 “금리 인하 사유가 발생했을 때 요구권을 적극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면 금융소비자들이 한층 금융을 똑똑하게 이용할 수 있는 길이 열릴 것”이라고 평가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금리인하요구권과 같은 좋은 제도를 두고도 몰라서 이용하지 못하는 일이 없도록 은행에 안내·홍보를 강화하라고 지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창민/임기훈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