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애하는 피에르.” “좋은 친구 쇼이블레.”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재정위기 해법을 놓고 갈등을 빚어온 독일과 프랑스가 모처럼 화기애애한 모습을 연출했다. 7일(현지시간) 베를린에서 열린 독일·프랑스 경제금융협의회에서다.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과 피에르 모스코비시 프랑스 재무장관은 서로 친숙하게 부르며 대부분 현안에서 표면적으로나마 양보하는 모습을 보였다.

독일은 지금까지 미온적인 반응을 보였던 유로존 은행 동맹 결성과 관련해 입장을 바꿨다. 불과 하루 전 “독일식 긴축 정책은 끝났다”고 선언했던 모스코비시 장관도 한 발짝 후퇴했다. 하지만 이들의 발언이 어디까지나 외교적 수사에 그쳐 두 나라의 갈등은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도 없지는 않다.

쇼이블레 장관은 이날 “하루빨리 유로존의 은행 동맹을 결성해야 한다”며 “은행 동맹 신설을 최우선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은행 동맹은 개별 국가의 중앙은행에 분산된 은행 감독 및 지원 기능을 유럽중앙은행(ECB)에 집중시키는 것으로, 부실화된 스페인 등 남유럽 은행을 구제하기 위해 추진되고 있다. 자국 은행 감독 권한은 내줘야 하고 다른 나라 은행을 돕기 위한 돈은 내야 하는 독일은 미온적인 태도로 일관해 왔다.

모스코비시 장관은 재정정책과 관련해 목소리를 낮췄다. “독일이 법과 규율을 강조해온 점을 잘 알고 있지만 지금은 정책의 유연성도 필요하다”며 독일의 양해를 구하는 입장을 취한 것이다. 3%로 합의했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 부채 비율 감축 목표를 지키지 못하겠다고 선언한 뒤 독일의 긴축 요구를 맹렬히 비난했던 것과 상반된 모습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 같은 화해 분위기가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아다 지아니 씨티그룹 유럽담당 이코노미스트는 “9월 총선을 앞둔 독일 정부가 국민에게 부담을 지울 수 있는 분야의 정책을 수정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독일은 작년 6월에도 은행 동맹을 받아들이겠다고 했지만 구체적인 논의에서 기존 입장을 고수해 협상은 진전되지 못했다.

독일의 긴축정책 요구가 계속되는 한 양국 간 갈등이 완전히 잦아들기도 힘들다. 모스코비시 장관은 “유로존 국가들이 정부부채를 줄여야 하는 것은 맞지만, 긴축 속도는 적절한 수준이어야 한다”며 독일이 요구하는 긴축 목표를 맞출 생각이 없음을 재확인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