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조3천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이 7일 국회예결위를 통과함에 따라 본회의 의결을 거쳐 새 정부의 경기부양 정책이 곧 본격 가동할 전망이다.

경기성장률이 올해 1분기까지 8분기째 0%대에 그치고 일본의 아베노믹스로 수출경쟁력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새 정부가 의욕을 갖고 만든 이번 추경안이 앞으로 한국 경제의 반등에 필요한 마중물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정부는 일자리 확충과 민생안정, 중소·수출기업 지원, 지방재정 지원 등에 초점을 맞춘 추경안이 집행되면 올해 실질 경제성장률을 0.3%포인트 끌어올리는 부양효과가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이로인해 국가채무가 480조5천억원으로 15조9천억원 늘고, 2년 뒤인 2015년에는 500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돼 재정건전성 확보라는 짐을 안게 됐다.

◇ 추경 어디에 쓰나
새 정부의 첫 추경안은 국회 예결위 통과과정에서 정부가 편성한 세입보전용 12조원, 세출증액 5조3천억원 등 17조3천억원 규모의 총액을 그대로 유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추경은 2009년 슈퍼추경(28조4천억원) 다음으로 많은 규모다.

세입쪽에서는 12조원을 깎고 세출쪽에서 경기부양과 민생안정을 위해 5조3천억원을 늘렸다.

국회 동의없이 가능한 기금에서 2조원을 증액한 점까지 고려하면 전체 규모는 19조3천억원으로 역대 두번째의 '준(準) 슈퍼급'이다.

정부안대로라면 세출예산은 일자리 창출과 서민생활안정에 3조원, 중소·수출기업 지원에 1조3천억원, 지역경제 활성화와 지방재정 지원에 3조원이 각각 투입된다.

이 가운데 일자리 부문에서는 경찰관, 사회복지전담공무원 등 공공부분 채용확대(본예산 대비 +2천억원), 창업자금 지원규모 확충(+300억원), 지역대학생 현장학습 프로그램 확대(+520억원) 등이 추진된다.

서민층의 주택구입·전세자금 융자지원, 전세임대주택 8천호 추가공급, 긴급복지 생계지원 대상 확대, 시설생활 기초수급자 생계비 인상, 응급의료기관 및 치매관리센터 확대 등도 눈에 띈다.

북한 위협에 대비한 접적지역 경계·방호시설 보강을 통한 작전지원 능력 강화와 화이트해커 인력양성에도 예산이 추가된다.

중소기업 창업 및 투자활성화를 위해서는 신성장기반자금 확대, 연쇄도산방지 차원에서 신용보증 규모 증액과 긴급경영자금 확대 방안이 마련됐다.

또 수출입은행의 출자와 무역보험 출연에 각각 1천억원, 500억원을 더 써 수출금융·보증지원 규모를 10조5천억원 늘린다.

그러나 이번 세출 추경 5조3천억원 가운데는 4·1 부동산대책에 따른 주거지원과 지방세수 감소분 지원으로 2조원 이상이 빠져나가 실제 부양효과가 제한적일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 추경 '마중물' 효과는 하반기에 본격화
정부는 이번 추경이 올해 경제성장률을 0.3%포인트, 내년에 0.4%포인트 높이는 부양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내다봤다.

세부적으로 7조3천억원의 지출 확대로 예상되는 성장률 제고치는 올해 0.1%포인트, 내년 0.2%포인트다.

12조원의 세입경정은 지출규모 삭감을 국채로 보완함에 다라 올해 0.2%포인트, 내년 0.2%포인트의 성장률 하락을 방지하는 효과가 있다.

3월 성장률전망을 2.3%까지 떨어뜨린 기재부는 이로써 연내 성장률을 2.6%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는 계산이다.

2.6%는 한국은행이 내놓은 수치와 같다.

일자리는 4만개 정도 추가가 가능할 것으로 본다.

직접 일자리는 1만5천개, 간접일자리 2만~3만개다.

올해 취업자수 증가규모는 이를 통해 당초 25만명 수준에서 29만명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정부는 추경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집행시기를 최대한 앞당긴다는 방침이어서 하반기부터 추경에 따른 경기부양 효력이 가시화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더해 4월 1일 발표된 부동산 대책으로 침체한 부동산경기가 살아나고 5월 1일 나온 투자활성화대책이 본격화하면 경기회복의 시너지를 더욱 높일 수 있다.

정부는 투자활성화로 규제에 막힌 6건의 투자프로젝트가 해결되면 투자액 12조원+알파(α)의 효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한다.

이외에 이달중 서비스산업 선진화 방안, 벤처기업 활성화 방안을 잇따라 발표할 예정이다.

추경의 마중물 효과가 산업 전반에 확산될 수 있도록 민간에 투자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강한 의지다.

◇ 국가채무 480조원 돌파…재정건전성 '비상'
이번 추경으로 정부의 올해 총 지출은 본예산 대비 7조원 늘어난 349조원, 총수입은 11조8천억원 줄어든 360조8천억원이 된다.

재정수지 적자폭은 4조7천억원(GDP 대비 -0.3%)에서 23조5천억원(-1.8%)으로 18조8천억원이나 늘어난다.

작년 445조2천억원였던 국가채무도 올해 480조5천억원(36.2%), 2014년 492조9천억원, 2015년 510조5천억원으로 더욱 불어날 전망이다.

국가채무가 늘어나는 것뿐 아니라 균형재정 예산안 달성 시기도 기존 예상보다 3년 뒤인 2016년으로 밀릴 것으로 예측됐다.

기재부가 추경을 편성하면서 기금의 여유자금을 활용하고 기관의 경상경비와 불요불급한 사업비 절감 등을 통해 국채발행을 최소화하기로 한 것은 재정건전성 악화를 최소화하기 위한 고육책이다
그러나 문제는 경기침체로 세수 상황이 예상보다 나쁘다는 점이다.

기재부는 올해 세입부족분을 12조원으로 추산했으나 국회 기재위는 세수 부족분이 정부 예상치보다 36조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지자체들의 1분기 지방세 징수액도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4.4%(4천301억원)이 감소했다.

정부는 이에따라 내년도 예산안에서 도로, 하천 등 사회간접자본시설(SOC) 투자를 대폭 줄이는 등 강력한 세출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비과세 감면 정비, 지하경제양성화 등으로 세수를 최대한 늘리기로 했다.

(세종연합뉴스) 유경수 기자 yk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