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X엔진·중공업도 채권단 자율협약 대상될지 관심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STX조선해양에 대해 채권단이 '채권단 자율협약(공동관리)'을 사실상 수용하면서 양측 간 협상이 본격화하고 있다.

30일 STX 등에 따르면 산업은행 등 8개 채권은행과 STX 그룹은 구체적인 자율협약의 내용을 확정 짓기 위한 협의에 들어갔다.

협의의 핵심 쟁점은 자율협약의 대상을 어디까지 확대할지인 것으로 알려졌다.

채권단 측은 STX조선해양뿐 아니라 그 위 지주회사인 ㈜STX 및 STX조선해양과 수직계열화돼 있는 계열사인 STX엔진, STX중공업까지 자율협약의 '우산' 안으로 들어와야 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STX조선해양이 자율협약에 들어갔을 때 STX엔진과 STX중공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들여다보고 있다"며 "하지만 STX엔진·중공업에 대한 자율협약을 검토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STX는 이들 두 계열사의 경우 주로 STX조선과 거래하는 곳이어서 STX조선에 자금이 공급되면 자연스럽게 유동성 문제가 해결되는 만큼 굳이 자율협약에 들어갈 필요가 없지 않으냐는 입장이다.

여기에 STX건설은 법정관리를 신청해놓았고 STX팬오션은 매각을 추진하다 실패하면서 주 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의 인수가 유력시되는 상황이다.

중국 쪽 법인인 STX다롄조선의 경우도 세계적인 조선ㆍ해운업종의 불황으로 자금난을 겪으면서 다롄시가 다롄조선소에 대해 실사를 벌이는 중이다.

STX는 이 실사가 "자금 지원을 전제로 한 실태 조사의 일환"이라고 설명하지만 일각에선 STX가 유동성 확보를 위해 STX다롄조선의 지분 50%를 매각하려 한다는 관측도 나온다.

STX도 지분 매각설에 대해 "증자를 포함해 여러 가지 검토 중인 방안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STX는 이미 다롄시에 조선소 지분 75%를 담보로 맡겼다.

게다가 STX는 이미 유럽 조선소 중 한 곳인 STX OSV의 지분 100%를 이탈리아의 조선사 핀칸티에리에 넘겨 매각(7천700억원)했고, STX에너지도 일본 금융회사인 오릭스로부터 3천600억원 규모의 외자를 지원받는 대가로 지분 약 40%를 오릭스에 넘겼다.

유동성 위기를 헤쳐나가는 과정에서 STX 그룹의 전체적인 외형과 윤곽이 크게 요동치고 있는 셈이다.

업계에서는 채권단의 지원 방침이 확정된 만큼 STX조선해양 등의 회생 가능성은 크게 높아지겠지만 이 과정에서 강덕수 STX 회장은 희생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강 회장이 그룹 오너로서 도의적 차원에서 지분이나 경영권 포기 같은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채권단 자율협약 수용과 자금 지원이 채권단으로서도 일정 부분 손실을 감수하는 조처인 만큼 강 회장 역시 책임지는 모습을 보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는 금호그룹 등 다른 그룹의 구조조정 과정에서도 있었던 관행이기도 하다.

다만 경영권과 관련해서는 채권단도 강 회장의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STX 관계자는 "주력인 STX조선해양을 중심으로 그룹의 회생 가능성을 최대한 높이면서 고용이 안정되는 방향으로 협상이 진행됐으면 하는 것이 우리 측 바람"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정성호 김승욱 기자 sisyph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