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중소기업을 대표하는 경제 5단체가 정치권의 무차별적인 경제민주화 입법 움직임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정치권이 기업 부담을 늘리고 노사 갈등을 유발할 우려가 큰 각종 법안을 추진하는 데 대해 공동 대응하기로 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대한상공회의소 한국경영자총협회 한국무역협회 중소기업중앙회 등 경제 5단체 부회장단은 26일 서울 소공동 더플라자호텔에서 열린 긴급 만남에서 정치권이 추진 중인 경제·노동 관련 법안을 수정·철회할 것을 요구했다.

박근혜정부 출범 이후 경제 5단체가 공동으로 경제민주화 입법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경제 5단체는 성명서에서 “우리 경제는 엔화 약세, 북한 리스크 등의 악재로 총체적 난국에 빠져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정치권이 반기업 정서와 기업을 위축시키는 경제·노동 관련 규제를 만들려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년 연장 의무화, 대체휴일제 도입 등은 단순히 인기영합주의(포퓰리즘)를 넘어 우리 경제의 성장동력을 약화시키고 사회 통합을 저해한다”고 우려했다.

경제 5단체는 국회에서 논의 중인 20개 법안을 ‘과잉 입법’이라고 규정했다. △대기업 일감 몰아주기 규제 △60세 이상 정년 의무화 △고용 조정의 엄격한 제한 △청년 의무고용 할당제 △대체휴일제 도입 △통상임금에 정기 상여금을 포함시키는 문제 등이다.

김영배 경총 부회장은 “재계는 그동안 경제민주화 취지에 공감하고 협조하려 노력했지만 정치권이 균형감을 잃고 반기업 정서를 확산시키는 법을 양산하고 있다”며 “대기업을 옥죌 게 아니라 대·중소기업이 동반성장하는 균형 잡힌 법안을 만들어 달라”고 촉구했다. 경제 5단체는 이번 만남을 시작으로 경제민주화 입법에 공동 대응하기로 했다. 29일에는 박영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을 찾아가 경제계 입장을 전달하기로 했다.

한편 한국중견기업연합회도 전날 성명서를 통해 “정치권에서 추진 중인 일감 몰아주기 규제가 현실화되면 자회사와 거래 관계가 있는 중견·중소기업도 증여세를 부담할 수밖에 없다”며 입법 반대 입장을 밝혔다.

최진석/이태명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