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에 돈 빼는 일 없게 목적·금액을 명확히…트렌드 휩쓸리지 말고 수익률 꾸준한 체크를

무조건 오래 묻어둔다고 성공적인 장기투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투자기간을 길게 가져가는 만큼 신경써야 할 부분이 적지 않다. 처음에 잘못된 결정을 내리면 그 부작용이 수년, 수십년간 이어질 수도 있다. 그만큼 어떻게 시작하느냐가 중요하다는 얘기다. 장기투자의 5계명을 소개한다.

(1) 투자자금의 목적을 분명히 하자

장기투자에 실패하는 가장 큰 원인은 당초 계획했던 기간을 채우지 못하고 중도에 다른 용도로 써버리는 것이다. 이럴 때는 대개 예기치 못한 상황이었다고 스스로 합리화한다. 하지만 이는 기존에 세워뒀던 자금 계획이 전부 흐트러져 버리는 결과를 초래한다. 장기투자용 자금은 대부분 은퇴 용도이기 때문에 노후 생활비가 부족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다른 용도로 써버리는 상황이 정말 예기치 못한 것이었을까. 사실 노후자금에 손을 대는 경우는 대출상환, 자녀결혼 등 미리 예상할 수 있는 게 대부분이다. 인생의 큰 그림을 그려 앞으로 발생할 재무 상황을 미리 계획한다면 장기 투자자금을 다른 용도로 사용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장기투자를 위한 자금의 목적과 금액을 분명히 정하는 것이다. 투자 목적이 노후 생활비 마련이라면 은퇴 이후에 필요한 생활비가 어느 정도인지 예상해 이를 충당할 정도의 금액을 마련할 수 있도록 투자해야 한다. 장기투자를 많이 한다고 꼭 좋은 것은 아니다. 전체 투자자금 중에서 장기투자 비중이 지나치게 높다면 다른 용도로 쓸 가능성이 그만큼 높다. 장기투자는 가장 나중에 필요한 재무목적을 위한 것인 만큼 그 전에 필요한 자금을 충족할 투자방안을 마련해야 끝까지 그 목적을 지킬 수 있다. 또 예상치 못한 상황으로 인해 급하게 돈이 필요할 때를 대비해 일정 금액은 현금 확보가 쉬운 자산에 투자하는 것이 좋다.

(2) 투자 전 보수를 꼭 확인하자

장기 투자 때 운용수익률만큼 중요한 것이 바로 보수다. 금융상품에 투자하면 그 상품을 판매하거나 운용하는 회사에 수수료 혹은 보수를 낸다. 적은 금액이어서 간과하기 쉽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상품별 보수에 따른 수익률 격차는 더욱 벌어진다. 연 보수가 1.05%인 A펀드와 2.2%인 B펀드에 각각 월 100만원씩 30년 동안 적립식으로 투자한다고 가정하자. 두 펀드 모두 동일하게 매년 10%의 수익률을 올린다면 30년 후 금액은 얼마가 될까. A펀드는 17억3000만원, B펀드는 13억5000만원 정도가 된다. 연 1%포인트 정도의 보수 차이가 3억7000만원이 넘는 금액의 차이로 돌아온 것이다.

수수료는 선취 또는 후취 등의 방식으로 떼기 때문에 조금만 신경쓰면 알 수 있다. 하지만 보수의 경우 대부분 매일 조금씩 나눠져 자동으로 빠져나가는 식이라 파악하기가 어렵다. 그야말로 ‘수익률을 훔쳐가는 도둑’인 것이다. 상품별로 수익률만 비교하지 말고 수수료와 보수까지 투자하기 전에 미리 파악해야 한다.

펀드의 경우 같은 상품이어도 수수료와 보수에 따라 ‘클래스’ 면에서 차이가 있다. 매수하기 전 원금에서 수수료를 먼저 떼는 대신 연보수가 낮은 A클래스와 선취 수수료 없이 연보수가 더 높은 C클래스, 온라인으로 직접 가입하는 E클래스 등이다.

일반적으로 장기투자할 땐 수수료를 먼저 내더라도 연보수가 상대적으로 낮은 A클래스가 유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C클래스도 보유기간에 따라 자동으로 보수가 낮아지도록 변경됐다. 펀드 투자 경험이 많고 스스로 투자설명서 등을 통해 상품 이해가 가능하다면 온라인으로만 가입할 수 있는 E클래스가 수수료나 보수 측면에서 가장 낫다.

(3) 세금 혜택 있으면 금상첨화

투자 수익을 생각할 때 보수보다 더 중요한 부분은 세금이다. 올해부터 금융소득종합과세 기준금액이 기존 4000만원에서 2000만원으로 내려가 절세의 중요성이 더욱 커졌다. 금융소득종합과세에 해당되지 않아도 원천징수로 나가는 15.4%의 소득세를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다면 투자 성과가 더욱 좋을 것이다.

세금을 줄이기 위해선 세제 혜택이 있는 저축계좌를 만들거나 절세 상품에 투자하면 된다. 세금 혜택이 있는 계좌는 가입 자격이 정해져 있다. 본인이 해당된다면 가급적 빠뜨리지 말고 가입하는 것이 좋다.

특별히 저축 계좌에 들지 않아도 세금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상품도 있다. 대표적으로 주식이나 채권을 매매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수익은 과세되지 않는다. 또 5년 이상 납입하고 10년 이상 유지한 장기저축성 보험, 종신형 즉시연금, 상속형 즉시연금(2억원 이하)도 비과세 대상이다. 내년까지 발행되는 물가연동국채는 원금상승분에 대해 비과세되며 분리과세도 신청할 수 있다. 브라질 국채도 브라질과의 조세협약으로 인해 이자소득을 내지 않는다. 다만 상품별로 세금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조건과 금액이 다양하므로 투자 전에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4) 유행에 흔들리지 말자

투자에도 트렌드가 존재한다. 투자환경이 계속 변하고 새 상품도 끊임없이 출시되기 때문이다. 물론 시장 상황에 맞게 투자전략을 조정해야 투자 성과를 높일 수 있다.

그러나 단기적인 상황에 맞춰 투자상품과 방법을 자주 변경한다면 오히려 투자에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장기 투자를 목적으로 할 경우엔 긴 호흡을 가져야 한다. 시장 상황에 빠르게 대응하기 위해 단기자금을 적절히 활용해야겠지만 장기적인 투자는 큰 틀 안에서 처음에 세웠던 원칙을 지키는 게 중요하다.

(5) 투자 대상에 끊임없는 관심을

10년, 20년을 바라보고 투자한다면 내 돈이 그때까지 안전하다는 전제를 깔아야 한다. 당장 수익률이 좋아 보이지만 리스크가 큰 대상에 투자한다면 안정적인 미래를 보장받기 힘들다.

중간에 돈 빼는 일 없게 목적·금액을 명확히…트렌드 휩쓸리지 말고 수익률 꾸준한 체크를
안정적으로 투자한다고 해서 물가상승률을 겨우 맞추는 수준의 수익률에 만족할 수는 없다. 따라서 오래 투자해도 괜찮은 상품인지, 오래 거래해도 괜찮은 회사인지를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특히 장기투자의 경우 우선순위에 밀려 투자현황을 파악하는 데 소홀해지기 쉽다. 그러나 장기투자는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가야 목표 수준에 도달할 수 있다. 끊임없는 모니터링을 통해 투자대상을 파악하고 기대 수익률에 근접하고 있는지 따져야 한다.

강민지 우리투자증권 100세시대 연구소 연구원 minjikang@wooriw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