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4월8일 오후 4시15분

산업은행의 KDB대우증권 매각은 증권업계에 지각 변동을 몰고 올 것으로 예상된다. 대우증권은 자기자본을 비롯해 주가연계증권(ELS) 등 금융상품 판매력과 글로벌 네트워크 등 여러 방면에서 국내 최대 최상위 증권사이기 때문이다. 인수 후보로는 KB금융 등 일부 금융지주회사와 국내외 대형 사모펀드(PEF)가 꼽히고 있다.

○증권업계 판도 변화 예고

[마켓인사이트] 산업銀, 대우증권 매각땐 증권업계 '지각변동'…KB금융·MBK·보고펀드 인수 후보 거론
8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대우증권은 작년 말 현재 총 자산이 23조7452억원, 자기자본은 3조9981억원이다. 증권업계 순위를 매기는 지표인 자기자본은 우리투자증권(3조4535억원) 삼성증권(3조4134억원) 등 2~3위권 증권사보다 5000억원 이상 많은 부동의 1위다.

2011년 하반기 대형 투자은행(IB) 육성을 핵심으로 하는 정부의 자본시장법 개정 계획에 맞춰 1조원이 넘는 대대적인 유상증자를 실시한 결과다.

국회에서 자본시장 개정작업이 지연돼 대규모 증자 효과는 아직 본격화되지 않고 있지만 중장기적으로 IB 사업을 확장할 수 있는 기반은 국내 증권사 중 가장 잘 구축하고 있다는 평가다.

대우증권은 위탁매매, 자산관리부문 등 전통적 증권업 분야에서도 업계 수위권의 경쟁력을 갖고 있다. 특히 법인 및 개인을 대상으로 ELS 파생결합증권(DLS) 등 금융상품을 파는 영업력은 업계 최강으로 꼽힌다.

해외 금융시장 진출에도 가장 앞서 있다. 홍콩 뉴욕 런던 싱가포르 등 4개 해외 현지법인과 1개 해외 지점(도쿄), 중국 베이징과 상하이, 베트남 호찌민 등 3개 해외 사무소, 1개 해외 투자자문사를 보유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IB, 위탁매매, 자산관리 등은 물론 글로벌 사업 기반이 가장 앞서 있는 대우증권을 인수하는 업체는 단숨에 증권업계 1위로 도약할 것”이라며 “누가 인수해서 대우증권과 어떤 시너지를 내느냐에 따라 업계에는 큰 판도 변화가 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KB금융, 인수후보 1순위

업계는 KB금융지주를 우선적인 인수 후보로 거론하고 있다. 은행에 치우친 금융업종 포트폴리오를 분산할 수 있어서다.

어윤대 KB금융지주 회장도 국내 증권사 인수를 희망했지만 적당한 덩치를 갖춘 매물이 없어 보험사(ING생명) 인수를 우선 추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KB금융이 대우증권을 인수하면 우리금융지주 인수 후보군에서는 빠질 수밖에 없게 된다. 조원 단위 대형 매물을 동시에 인수하는 것도 어렵지만 우리금융이 우리투자증권을 자회사로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업계에선 “우리금융 매각과 대우증권 민영화의 우선 순위와 일정은 정부 차원에서 교통정리가 선행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MBK파트너스, 보고펀드, IMM PE 등 금융업에 관심을 갖고 있는 대형 PEF들도 대우증권이 매물로 나오면 인수 검토에 착수할 것으로 예상된다. 칼라일 블랙스톤 KKR 등 해외 대형 PEF도 잠재 인수 후보로 꼽힌다.

국내 PEF 관계자는 “지점과 인력 구조조정 등으로 대우증권을 수익성 있는 증권사로 바꾼 후 되파는 전략을 검토해볼 수 있다”며 “하지만 지난 십여년간 산업은행 계열사로 있으면서경쟁력이 일부 약화됐다는 지적도 있어 매각 흥행에 성공할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열/좌동욱 기자 mustaf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