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 스토리 - '불통 통계' 양산하는 한국
농산물 예측 '뒷북'…배추 가격 폭락에 밭 갈아엎기도…

배추는 수급조절이 무척 까다로운 채소다. 최근 가격 급등으로 소비자 간담을 서늘하게 했지만, 2011년엔 가을엔 가격 폭락을 겪었다. 4분의 1로 떨어진 배추값에 상심한 농민들은 밭을 갈아엎으며 울분을 토했다. 일찍 김장에 나선 소비자들도 ‘더 기다릴 걸 그랬다’며 아쉬워했다.

문제의 원인은 ‘뒷북 통계’였다. 김장 배추는 묘종을 9월 중순쯤 밭에 옮겨 심은 뒤, 11월 중순까지 수확이 이뤄진다. 김장은 이때부터 12월 하순까지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김장에 나설 소비자들에게 올해 배추 생산량과 가격전망을 10월 초엔 미리 알려줘야 수급을 맞출 수 있다”고 설명했다. 통계청은 10월 말 전국 김장배추 재배면적이 작년보다 28.0% 급증한 1만7,326ha에 달했다고 발표했다. 이미 수확이 시작되고 가격이 폭락한 뒤였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미리 알았다면 소비자들에게 ‘김장을 더 많이 해도 좋다’고 당부하고 해외 수출선도 찾아봤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통계청도 답답하긴 마찬가지다. 농식품부가 담당하던 농업통계가 2008년 통계청으로 이관된 뒤 농업통계 인력과 역량에 한계를 느끼고 있다는 설명이다. 사회와 복지 통계 부문이 커지면서 농업통계에 대한 투자가 상대적으로 소홀한 면도 있다.

김연중 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하우스에서 생산되는 겨울수박, 밭에서 재배되는 여름수박 등 작형과 수확방법이 다른데 통계가 이를 제대로 담지 못하는 등 문제가 적지 않다”며 “정책에 쓸모가 통계들이 넘쳐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농어촌 연료값 지원 정책을 펴려면 수혜자나 예산이 얼마나 되는지 파악해야 하는데, 산업부와 농식품부 등의 통계 기준이 다 달라 집계 자체가 어렵다.

자살에 대한 대책을 수립하려면 관련 통계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국내에는 이런 통계가 없다. OECD 최고라는 자살률도 사실상 ‘카더라’ 통계에 기반하고 있다. 사인란에 자살이라고 써 있는 것을 그냥 사용하는 것이다. 자살인데 그냥 원인미상이라고 쓰면 이는 자살 통계로 잡히지 않는다. 보건복지부 정신건강과는 가장 자살을 많이 하는 게 독거노인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그래서 돌봄서비스 등을 확충하려 하고 있다. 하지만 담당과장이 서울 한구를 방문했을때 구청장은 “구내 자살률을 보니 독거노인이나 동거노인이나 자살률의 큰 차이가 없었다”고 말했다. 어떤 통계를 활용해 대책을 세워야 할지 아무도 모르는 상태에서 자살 대책이 나오고 있는 셈이다.

복지부는 올해부터 경찰과 합동으로 통계를 생산하기로 했지만 한계는 여전하다. 정신적 부검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자살한 원인을 면밀히 파악하는 것이다. 미국 등에서는 이를 기초로 자살예방책을 편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이런 통계를 확보하기 어렵다. 유족들이 말 꺼내는 것 자체를 기피하는 문화때문이기도 하다.

경기종합지수의 계절조정 작업은 통계청 직원 단 3명이서 며칠 밤새워 작업한다. 한국은 명절과 파업 변수 때문에 유난히 계절성이 심하다. 통계청 관계자는 “한국형 계절조정 프로그램을 만들려고 해도 엄청난 시뮬레이션 작업에 엄두를 못내고 있다”먀 “통계의 예술로 불리는 작업이지만 국내에서 이를 짤 수 있는 전문가는 통계청과 한국은행에 몇명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는 “계량경제학을 수단으로만 보는 국내 학문풍토 때문에 통계 전문가가 부족한 것도 문제”라며 “국가 통계의 인프라는 여전히 후진국 수준”이라고 토로했다.

김용준/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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