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빚·자산 밝히기 꺼리고
통계청·국세청 협조도 미흡
'죽은통계' 결국 정책 왜곡
36년째 통계 조사원의 한숨…"소득조사 하늘의 별따기"

“요즘은 대답 듣기가 하늘의 별따기예요. 정해진 한 달 동안 발이 부르트도록 다녀도 표본을 못 채울 때가 많습니다.”

충청지방통계청의 원용숙 사회조사과 팀장은 통계조사원으로 36년째 일해온 베테랑이다. 통계조사의 표본이 되는 집들을 일일이 방문해 응답을 받아낸다. 그의 주된 임무는 가계동향 조사다. 매달 60여가구를 방문해 얼마나 벌었고 어디에 돈을 썼는지 등을 파악한다.

가계동향 조사는 소득과 지출, 소비심리와 적자율 등 국민의 ‘삶의 질’을 반영하는 가장 기초적인 자료다. 소득 양극화와 중산층 현황을 파악하는 기반이기도 하다. 박근혜 정부가 내세운 ‘중산층 70%’ 목표도 이 통계 없이는 관리할 수 없다.

원 팀장은 “국정과제를 뒷받침한다는 자부심을 느끼면서도 가슴이 답답해지곤 한다”며 고민을 털어놓았다. 소득 조사를 예로 들었다. 그는 “중간지대에 있는 사람들과 달리 고소득자와 빈곤층은 소득을 밝히기 꺼릴 뿐 아니라 집을 비울 때가 많다”며 “이들의 소득 자료가 누락되면 전체 통계의 정합성도 삐그덕거릴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통계청이 표본 수 조절 등을 통해 정확도를 보완하고 있지만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최근 홍종학 민주통합당 의원이 국세청에서 자료를 받아 납세자 소득을 분석한 결과 소득 상위 1%의 평균 소득은 3억8120만원으로, 통계청의 1억2169만원과 큰 격차가 났다. 이 때문에 선진국에서는 가계 지출은 통계청에서 받고, 소득은 국세청 자료를 활용한다. 국내에서 국세청과의 협업은 아직 걸음마 단계다. 이달 조사를 시작한 ‘2013년 가계금융복지조사’는 가계 빚과 자산을 자세히 묻는 것이어서 더욱 협조를 구하기 어렵다. 이 같은 상황에서 중산층 규모나 양극화 지표를 측정할 때 사용하는 중위소득이 정확하게 산출되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더욱이 조사 대상이 제한돼 있는 표본조사다.

원 팀장은 1인 가구 급증 등 빠른 사회 변화를 쫓아가는 데 어려움도 있다고 했다. 그는 “1인 가구를 보면 독거노인, 학생, 직장인 등 매우 다양하다”며 “이 통계를 복지정책에 활용하려면 유형별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1인 가구 증가가 만혼 및 이혼율 상승에 따른 것인지, 아니면 독거노인 증가에 따른 것인지 등을 정확하게 가려내지 않으면 맞춤형 정책을 쓰기가 어렵다는 얘기다. 그래서 원 팀장은 자신의 조사가 결과적으로 ‘죽은 통계’를 만드는 데 쓰이는 것은 아닌지 회의가 들 때가 많다고 한다.

실제 정부가 발표하는 고용률 수치와 실업자들이 느끼는 고용시장 여건, 물가상승률과 장바구니 체감물가는 많이 다르다. 이 간격을 좁히지 않으면 많은 예산과 인력을 투입해 펴는 정책의 효율성을 기대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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