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요구 사실상 전면 수용

이마트와 민주노총이 큰 틀의 합의를 이루면서 이마트의 노조탄압 파문이 일단락될지 주목된다.

이마트와 민주노총 전국민간서비스산업노조연맹(서비스연맹)은 4일 이마트의 노조 불법사찰 관련 책임자 문책과 해고 간부 복직 등을 골자로 하는 기본협약서를 체결했다.

허인철 이마트 사장은 발 빠르게 유감을 표시하며 모범적인 노사관계를 정립하겠다고 약속했다.

연맹측은 이마트를 상대로 제기한 고소·고발을 모두 취하하겠다는 방침을 내놓았다.

이마트가 넉 달을 끌어오며 발목을 잡은 노조 문제를 정리하는 수순을 밟는 모양새다.

지난 1월 이마트 노조를 설립하려다 해고당한 전수찬 노조위원장 등 일부 직원들이 신세계의 직원사찰 문건을 공개하며 시작된 이번 사태는 광범위한 내부 문서 유출로 이어지며 신세계 그룹 전체의 도덕성을 위협하는 수준까지 확대됐다.

게다가 고용노동부가 이 문제에 대한 특별감독을 진행하며 최악에는 정용진 부회장을 포함한 책임자에 대한 사법처리까지 거론되는 심각한 상황으로 치달았다.

이마트가 그간 그룹차원에서 지켜온 '비노조' 원칙을 무너뜨리는 선례를 남기면서까지 해고자 복직에 노조활동 인정, 대국민 사과, 책임자 문책 등 사실상 연맹의 요구를 전면 수용한 것도 이 같은 배경에서다.

고용부의 감독 결과 발표 전에 어떻게든 합의를 이끌고 고소·고발을 제기한 측에서 '없던 일'을 만들어야 정상 참작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마트는 지난 2월 말 고용부가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하며 불법파견 문제를 지적했을 때에도 곧바로 문제가 된 상품 진열 하도급 직원 1만여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한 데 이어 판매사원도 정규직으로 돌리는 등 선제로 대응해 왔다.

이번 합의 과정에서 최대한 고개를 숙인 것도 결국 어쨌거나 급한 불은 끄고 보자는 의도가 반영된 셈이다.

이마트 관계자는 "공대위에서 고소·고발을 취하하는 것으로 나온 만큼 그런 부분에 대해서 이마트의 진정성이 인정되기를 기대한다"며 "우리 입장에서는 그간 문제가 됐던 부분은 대부분 시정된 만큼 이번 합의가 사태 해결에 긍정적 영향을 미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다만 노조 인정으로 일부 문제는 해결됐다 하더라도 기타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조사도 진행중인데다 공정거래위원회 로비 문제 등 아직 해결되지 않은 현안이 남아있다.

이와 별도로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이마트의 불공정 거래 문제와 신세계SVN 부당지원에 대한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과 정유경 신세계 부사장에 대한 검찰 조사도 진행중이어서 아직 그룹 차원의 현안이 말끔히 해소되지는 않았다.

(서울연합뉴스) 김경희 기자 kyungh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