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프로스가 구제금융 조건에 최종 합의하면서 그동안 시장의 투자심리를 짓눌렀던 대외적 악재 하나가 해소됐다.

그러나 일본의 추가 양적완화 시행 여부, 미국 경제지표에 반영될 미 연방정부 자동 지출삭감(시퀘스터) 여파,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의 남은 과제 등 확인해야 할 대외적 이벤트가 상당 부분 남아있는 상태다.

이에 3일 코스피는 키프로스발(發) 호재에도, 일본과 미국의 주요 이벤트를 앞두고 시장에 관망세가 확산한 탓에 1,980선 안팎에서 제자리걸음을 보였다.

오전 10시 48분 현재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8.02포인트(0.40%) 하락한 1,978.13을 나타냈다.

예정된 대외적 이벤트 가운데 한국 주식시장에 미칠 여파가 가장 클 것으로 예상되는 것은 현지시간으로 3∼4일에 열리는 일본은행(BOA)의 4월 통화정책회의다.

이번 회의는 구로다 하루히코(黑田東彦) 총재가 선임된 후 처음 열리는 것이다.

그동안 구로다 총재가 '아베노믹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하겠다고 공언해온 점을 감안하면, 이번 회의 때 추가 양적완화 정책을 내놓을 가능성이 작지 않다는 분석이다.

일본이 추가 양적완화 정책을 시행할 경우 그동안 국내 주식시장에 부담요인이었던 엔화약세 현상이 단기적으로는 심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부정적이다.

그러나 일본의 추가 양적완화 정책이 현실화하더라도 한국 증시에 반드시 악재로 작용하는 것은 아니다.

임수균 삼성증권 연구원은 "만약 일본의 1분기 국내총생산(GDP)과 기업 실적 등에서 엔저 효과가 유의미하게 반영되지 않을 경우, 일본 정부의 입지는 좁아지는 동시에 국내 증시에는 호재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달부터 발동한 시퀘스터가 미국 경제지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지도 시장의 주요 관심사다.

실제로 최근 발표된 미국의 3월 공급관리자협회(ISM) 제조업 지수(51.3)가 시장의 예상치(54.0)를 크게 밑돌았던 것도 시퀘스터의 영향이 컸다는 분석이다.

국내 증시의 또 다른 주요 변수인 중국의 경기회복도 눈여겨봐야 할 부분이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국내 증시에 모멘텀이 될 만한 회복 조짐은 나타내지 않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가령 지난 1일 발표된 중국의 3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50.9로, 석 달만에 반등했지만 시장의 기대치를 부합하지는 못했다.

박석중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소재업종의 중국 내 시장 점유율(MS)이 감소했고, 생산설비 확대로 대(對)중국 수혜 수준이 중국경기 회복 속도보다 둔화했다며 "중국 PMI 반등에도 국내 자본시장의 실망감은 유달리 컸다"고 진단했다.

키프로스 사태는 일단락됐지만 유로존 위기가 아직 안심할 단계는 아니라는 경계의 목소리도 나온다.

김재홍 신영증권 연구원은 "2월 유로존 실업률이 12.0%로 또다시 최고치를 경신했다"며 "유로존 전반적으로 생산과 판매의 약세가 지속되면서 기업들의 고용 유인이 크지 않은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국가별로는 독일이 비교적 양호한 실물 경기와 낮은 실업률을 나타내고 있지만, 스페인의 판매부진이 더욱 심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서울연합뉴스) 배영경 기자 ykba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