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내부정보 유출 의혹도 불거져

키프로스에서 구제금융 여파로 자본통제가 이뤄지기 직전 거액의 자금을 국외로 빼돌린 혐의를 받는 고위층 명단이 공개돼 파문이 일고 있다.

니코스 아나스티아데스 키프로스 대통령도 측근들에게 자본통제 계획을 미리 알려 재산 유출을 도왔다는 의혹에 휩싸였다고 독일 시사주간지 슈피겔이 키프로스와 그리스 현지 언론을 인용, 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키프로스 언론 등은 부실은행인 라이키 은행에 예치했던 7억 유로(약 1조50억원) 규모의 자금을 빼돌린 혐의를 받는 132개 기업과 개인의 명단을 최근 공개했다.

여기에는 에너지기업, 법률사무소, 국영기업 등이 포함됐다.

이 기업들은 전부 유로그룹 회의가 열리기 전인 지난달 15일 이전에 돈을 빼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들 기업 가운데 한 곳은 아나스티아데스 대통령 사위의 아버지가 소유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기업은 유로그룹이 키프로스에 100억 유로를 제공하는 조건으로 예금 과세를 요구하기 불과 이틀 전 라이키 은행에서 2천100만 유로를 인출했다.

인출한 예금의 절반은 영국 런던의 은행에, 나머지 절반은 당시 상대적으로 안전했던 키프로스 은행에 옮겨놨다.

그리스 일요신문 프로토테마는 "일부가 유로그룹 결정에 관한 내부 정보를 얻었다는 타당한 정황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의혹은 키프로스 정치인 등이 재정위기의 중심에 있는 은행들로부터 빚을 탕감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진 것과 맞물려 논란을 키우고 있다.

이에 앞서 그리스 언론은 키프로스 은행과 라이키 은행이 현지 정치인, 지역 당국, 기업체들의 부채 수백만 유로를 탕감해줬다고 보도한 바 있다.

그러나 아나스티아데스 대통령은 정보 유출 혐의를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그는 성명에서 "키프로스를 파산시킨 주범들이 관련 책임으로부터 사람들의 주의를 돌리려는 시도"라고 비난했다.

이번 사건은 키프로스 정부가 지명한 고위 판사들로 구성된 특별위원회에 의해 조사가 이뤄질 예정이다.

이 위원회는 2일 정식 발족한다.

아나스티아데스 대통령은 "위원회는 나와 내 가족과 관련해 가능한 모든 것을 조사할 권한을 가질 것"이라며 철저한 조사를 약속했다고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전했다.

(서울연합뉴스) 윤보람 기자 bryo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