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8일 내놓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 2.3%는 한마디로 ‘쇼크’ 수준이다. 매년 되풀이하던 ‘상저하고’의 기대도 이번엔 거둬들였다. 하지만 정부가 대대적인 돈풀기에 나설 ‘명분’을 마련하기 위해 파격적으로 낮췄다는 분석도 있다.

◆눈높이 확 낮춘 정부

성장률 2.3%는 정부가 지난해 말 제시했던 3.0%와 비교하면 불과 석 달 만에 0.7%포인트나 끌어내린 것이다. 여기에 지난해 9월 올해 예산안을 내놓으면서 제시했던 4.0%와 비교하면 1.7%포인트나 추락한 수치다.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도 정부가 잇따라 전망치를 대폭 하향 조정한 데 대한 질문이 쏟아졌다. 최상목 기획재정부 경제정책국장은 “7분기 연속 1%(전기 대비)를 밑도는 저성장 흐름이 계속되고 있는 데다 다른 실물지표들도 단시간에 개선이 어렵다고 진단했다”고 설명했다. 가계부채 원리금 상환 부담 탓에 민간소비 회복이 더디고, 설비투자도 올해 부진을 벗어나기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선전했던 고용지표도 청년층을 중심으로 빠르게 둔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올해 취업자가 당초 전망(32만명)보다 적은 연간 25만명에 그칠 것으로 봤다. 경상수지 전망은 300억달러에서 290억달러로 소폭 낮췄다. 소비자물가 증가율도 2.7%에서 2.3%로 내려 잡았다.


◆‘엇박자’ 한은 압박하는 효과도

정부의 ‘냉철해진’ 경제전망을 지표 하락만으로 설명하긴 어렵다. 석 달 전에도 0%대 성장률을 6분기 연속 이어가고 있었고, 소비나 고용지표 부진도 예상됐던 터였기 때문이다. 최 국장은 이에 대해 “지난해는 정부가 바뀌는 과도기인 만큼 위기 관리에 초점을 맞출 수밖에 없었다”며 “새 정부 출범에 맞춰 예외적으로 인식을 좀 더 냉정하게 해보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처럼 재정 조기집행 정도로는 돌파할 수 없는 위기라는 것, 따라서 발빠른 대응이 필요하다는 점을 이번 수치를 통해 보여주려 했다는 것이다. 추경 등 경기활성화 대책에 앞서 명분을 쌓았다는 분석이다.

이명박 정부 초기였던 2009년에도 추경 편성 전 비슷한 상황이 벌어졌다. 글로벌 금융위기 충격이 본격화하자 당시 윤증현 재정부 장관은 취임과 함께 성장전망치를 3% 내외에서 -2%로 대폭 내린 바 있다.

이번 성장률 하향은 한국은행을 압박하는 효과도 있다. 한은은 ‘아직 금리 인하 시기가 아니다’라며 경기 진단에서 정부와 엇박자를 보여왔다. 한은이 기준금리 인하를 통해 정부의 경기부양 노력과 보조를 맞출지 주목되는 부분이다.

◆추경여건 충족 논란

정부가 추경편성을 공식화했지만 일부에서는 현재 경기상황이 추경의 법적 요건인 ‘경기침체’에 해당하는지를 놓고 논란도 벌어지고 있다.

이번 결정으로 정권 1년차 때마다 추경편성이 되풀이되는 현상이 지속되면서 추경이 새 정부 출범에 맞춰 벌이는 ‘돈잔치’가 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국가재정법에선 추경을 △전쟁이나 대규모 자연재해가 발생한 경우 △경기침체·대량실업 등 대내외 여건에 중대한 변화가 발생했거나 그럴 우려가 있는 경우 △법령에 따라 국가가 지급해야 하는 지출이 발생하거나 증가하는 경우로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통상 경기침체는 2분기 연속 분기 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할 경우를 말하지만 현 상황은 0%대 성장률이 계속되고 있지만 플러스를 유지하고 있다. 박재완 전 재정부 장관도 지난해 추경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전분기 대비 성장률이 여전히 플러스이기 때문에 경제 침체 국면으로 보기엔 어려움이 있다”고 말한 바 있다.

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