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이주 연금수급자, 송금 중단 등 피해 확산

키프로스 사태로 영국의 은퇴한 연금수급자들이 직격탄을 맞았다고 21일(현지시간) 영국 일간지 텔레그래프가 보도했다.

신문은 키프로스 구제금융 협상과 관련한 은행예금 동결 조치 등으로 키프로스에 거주하는 영국인 연금수급자의 피해 확산이 우려된다고 전했다.

영국 정부는 군인과 공무원 3천500명 등 키프로스에 거주하는 영국인 6만명이 키프로스에 보유한 예금은 20억 유로(약 2조9천억원)에 이를 것으로 집계했다.

이는 유럽연합(EU)에서는 그리스 다음으로 큰 규모로 영국인 연금수급자는 수천명 수준으로 추산됐다.

이들은 키프로스 은행의 휴업으로 예금 인출이 막힌 것은 물론 본국으로부터 받는 연금 송금도 끊어져 어려움을 겪고 있다.

BBC에서 은퇴하고 나서 키프로스의 휴양지 리마솔에 정착한 크리스 드레이크(70)씨는 이달 들어 행복해야 할 은퇴 생활이 악몽으로 변했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거래 은행은 이번 사태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데도 예금으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태"라며 "전재산이 키프로스에 묶여 있어 걱정이 크다"고 불안감을 드러냈다.

드레이크는 키프로스 정부가 제때에 대책을 내놓지 못해 경제 상황이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파커 윌리엄스 은퇴이민 컨설턴트는 예금 동결도 문제지만 부동산 시장으로 사태가 확산하면 후유증이 더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영국 정부는 이에 앞서 은행 휴업으로 현금 마련에 어려움을 격는 키프로스의 영국 국민을 위해 100만 유로(약 17억원)의 긴급자금을 공수한 바 있다.

키프로스 정부는 의회에서 구제금융 협상안이 부결됨에 따라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한 '플랜 B' 마련을 서두르고 있다.

하지만 돈줄을 쥔 국제통화기금(IMF), 유럽중앙은행(ECB), 유럽연합(EU) 등 채권단은 구제금융 프로그램에 합의하지 않으면 자금 지원을 중단할 수 있다며 키프로스에 대한 압박 강도를 높이고 있다.

키프로스 은행권에 수백억 유로의 예금을 보유한 러시아 정부는 이에 맞서 EU가 의도적으로 키프로스 경제를 수렁으로 몰고 있다고 반발하는 등 정치적 줄다리기도 팽팽해지고 있다.

(런던연합뉴스) 김태한 특파원 th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