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용 국가재산 '총동원'…정교회는 자산 기탁

키프로스 정부는 의회가 구제금융안 비준을 거부함에 따라 20일(현지시간) 은행 영업 중단을 지속하는 것을 포함한 비상 대책을 마련하는 데 몰두하고 있다.

이른바 '플랜B'로 불리는 비상 대책은 은행 구조조정을 비롯해 국채 추가 발행, 러시아 차관 추가 도입 등을 골격으로 삼고 있다고 영국 BBC 방송이 전했다.

니코스 아나스타시아데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정당 지도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의회의 비준 거부 결정을 존중한다"고 밝히고 추후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고 대통령실이 밝혔다.

이 회동에서 정당들은 키프로스 중앙은행이 추진하는 '플랜B' 실무팀 구성에 참여하기로 했다.

플랜B의 구체적인 내용으로 50억 유로 규모로 비축된 사회보장 기금을 쓰거나 장차 개발될 천연가스의 수익을 담보로 발행한 채권을 은행 예금과 교환하는 방안 등이라고 그리스 일간지 카티메리니가 전했다.

키프로스 중앙은행은 국제통화기금(IMF), 유럽중앙은행(ECB), 유럽연합(EU) 등으로 구성된 트로이카와 키프로스 간 구제금융 재협상이 불발할 경우, 이 계획을 의회에 제출해 승인받는대로 시행할 계획이다.

아울러 은행 예금의 대량 인출(뱅크런)을 방지하고자 은행 영업 중지 기간을 다음 주 26일까지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아나스타시아데스 대통령은 현재 러시아 모스크바를 방문하는 미할리스 사리스 재무장관과 전화 통화해 재원을 더 조달할 수 있는 대안을 모색할 수 있는 방안을 논의했다.

사리스 장관이 안톤 실루아노프 러시아 재무장관을 만나 협상을 벌였으나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고 러시아 언론이 보도했다.

반면 카티메리니는 회담 성과가 "건설적"이었고 협상을 지속한다고 전했다.

아나스타시아데스 대통령은 또 이날 저녁 의회의 긴급 회의 이전에 각의를 열어 트로이카와 협의한 내용을 소개할 계획이다.

한편 키프로스의 정교회는 교회 부지를 포함한 자산 일체를 정부 신탁에 맡긴다고 발표했다.

또 키프로스 은행 중 부실 규모가 큰 '라이키' 은행을 러시아 투자자들이 약 40억 유로에 인수하기로 합의했다고 카티메리니 키프로스판이 보도했다.

일부 관측통은 키프로스 정부와 ECB 간 '특약'으로 87억 유로, 옛 러시아 차관의 재연장으로 25억 유로, '긴급세' 신설로 37억 유로 등 모두 150억 유로 가까이 조달하는 방안이 나왔다고 전했다.

(부다페스트연합뉴스) 양태삼 특파원 tsya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