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원 수출에 국내 남는 돈 587원
한국 기업이 해외에 1000원어치의 최종 소비재를 팔아도 국내에서 만든 부가가치는 587원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1000원당 800원이 넘는 일본, 미국, 러시아, 호주보다 크게 떨어지는 수치다. 세계 무역 8강 진입에 자동차 전자 등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고 있는 한국이지만 성장의 질(質)인 부가가치 창출 능력은 여전히 미흡하다는 뜻이다.

◆한국, OECD 평균보다 낮다

한국은행이 10일 발표한 ‘국제 산업연관표를 이용한 우리나라의 글로벌 밸류 체인 분석’에 따르면 한국 수출품의 부가가치 창출 비율은 2009년 기준 58.7%로 나타났다. 1위 일본(86.1%), 2위 미국(83.2%), 3위 러시아(82.0%)보다 크게 뒤떨어진다. 한국의 순위는 조사 대상 40여개국 중 24위로 중국(72.9%)에 비해서도 낮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평균 비율은 60.4%였다.

기존 수출입 총액 대신 부가가치 창출액 기준으로 무역 실적을 분석한 보고서는 국내에서 처음 나온 것이다. 이우기 한은 경제통계국 팀장은 “세계 제조업 네트워크가 더욱 분업화하면서 기존 수출입 통계로는 최종 제품을 만드는 데 어디에서 얼마큼 기여했는지 알기 어려워졌다”며 “무역 판도를 보다 정확하게 분석하기 위해서는 부가가치 기준으로 수출입 흐름을 파악해야 한다”고 분석 배경을 설명했다.

예를 들어 한국 기업이 미국에 스마트폰 1000달러어치를 팔면 기존 무역 통계는 한국 수출 1000달러로 잡는다. 반면 부가가치 기준으로는 철광석 등 원재료를 판 호주가 500달러, 액정표시장치(LCD)를 만든 대만이 100달러, 배터리를 납품한 일본은 100달러를 가져가고 최종 제품을 완성한 한국에는 300달러만 떨어진다.

물론 이번 조사 결과로 한국의 수출 경쟁력 자체가 뒤처진다고 할 수는 없다. 러시아 인도네시아 브라질 터키 등의 부가가치 창출 비율이 높은 것은 공산품이 아닌 원자재 수출 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 팀장은 “한국 수출품의 부가가치 유발 효과가 낮은 것은 원자재 의존도가 높고 부품소재 산업의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지기 때문”이라며 “수출 품목을 다변화하고 단순 조립·가공 방식의 수출 구조를 벗어나야 한다”고 지적했다.

◆“유럽, 미국 시장 중요성 커져”

부가가치 흐름으로 보면 무역 판도도 확 바뀐다. 보고서에 따르면 2009년 한국 수출의 29.2%를 차지한 중국을 부가가치 기준으로 평가하면 20.2%로 비중이 떨어진다. 반면 같은 시기 한국 수출의 13.3%, 8.0%를 각각 차지한 유럽연합(EU)과 미국을 부가가치 기준으로 계산하면 17.6%, 12.6%로 비율이 증가한다. 일본은 수출 총액 비중(4.8%)과 부가가치 창출액 비중(5.0%)이 엇비슷했다.

무역수지도 부가가치 기준으로 보면 중국의 경우 394억달러 흑자에서 64억달러 흑자로 83.8%나 감소한다. 반면 EU와 미국은 각각 61억달러 흑자, 30억달러 적자에서 71억달러 흑자, 30억달러 흑자로 바뀐다. 일본의 무역수지 적자 규모도 198억달러에서 88억달러로 줄어든다. 이 팀장은 “이 같은 양상은 원자재 등을 중심으로 하는 대(對)중국 수출의 일정 부분이 미국, EU 등의 최종 수요로 넘어갔기 때문”이라며 “부가가치 측면에선 미국과 유럽 시장이 생각보다 더 중요하다는 것을 알려준다”고 말했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