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시대에 중국 개혁정책의 최대 걸림돌은 의회 격인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의 갑부 대표들이 될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블룸버그통신은 올해 전인대에서 전체 대표 2987명 중 90명(약 3%)이 후룬리포트가 집계한 ‘중국 1000대 부자’에 올랐다고 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지난해의 75명에서 20% 늘었다.

이들의 재산을 모두 합치면 1024억달러(약 111조4367억원)로, 1인당 평균 11억달러가 넘는다. 이 중 최고 부자는 음료기업 와하하그룹의 쭝칭허우 회장(약 17조원)이다. 정보기술(IT) 기업 텐센트의 마화텅 회장은 72억달러(약 8조원)를 보유하고 있다.

반면 미국 상·하원 의원 535명 중에서 자산 순위 상위 3%에 드는 16명의 자산은 평균 2억달러(약 2170억원)로 집계됐다. 지난해 미국 대선에서 부자

이미지로 공격받은 밋 롬니 전 공화당 대선후보의 재산은 가장 많았을 때가 2억5410만달러였다. 블룸버그통신은 전인대의 부자들이 시진핑 개혁의 가장 큰 장애물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양펑춘 베이징대 행정학과 교수는 “자신들의 이익을 지키는 방법을 아는 전인대의 부자들이 입법활동으로 그것을 지키려 한다면 시진핑의 개혁은 힘들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시진핑 당 총서기는 부정부패 척결과 양극화 해소를 최우선 과제로 내세우고 공산당이 일반 시민들의 이익을 대변하지 못한다는 인식을 깨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중국의 지난해 지니계수가 0.474로 사회불안의 요인이 될 수 있는 0.4를 넘길 정도로 소득격차가 심각해서다. 지난달에는 최저임금을 평균임금의 40% 수준으로 올리고 교육과 주택에 대한 지출을 늘리는 등 저소득층을 위한 정책을 발표하기도 했다.

하지만 전인대에서 거부들의 비중이 커지면서 당과 일반 시민 간 괴리는 점점 커질 것이라고 블룸버그는 분석했다. 황징 싱가포르국립대 정치학과 교수는 “우리는 부자들이 어떻게 전인대 대표가 됐고 그들이 부를 어떻게 정치적 특권으로 교환했는지 알 수 없다”고 꼬집었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