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경영난을 겪고 있는 일본 샤프에 출자해 지분 3%를 확보한다. 일본에서 기술을 수입해 커온 삼성전자가 일본 경쟁 업체에 자본을 투자하는 첫 사례다.

삼성전자는 60인치 이상 대형 LCD TV 패널의 안정적 확보를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애플 견제 등 다목적 카드로 쓰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삼성전자는 6일 샤프에 104억엔(약 1200억원)을 출자하겠다고 발표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 등 일본 언론들도 이 사실을 일제히 보도했다.

샤프는 이달 중 제3자 배정 유상증자 형식으로 지분 3%를 삼성전자 일본 법인에 넘기기로 했다. 삼성이 지분 3% 인수를 마무리하면 니혼생명 미즈호코퍼레이트은행 등 금융사들에 이어 다섯 번째 대주주가 된다. 금융회사를 제외하면 삼성은 샤프의 최상위 주주로 올라선다.

삼성전자는 출자 목적을 ‘TV 패널의 안정적 공급처 확보’라면서 경영에는 관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2011년부터 10세대 액정표시장치(LCD) 공장을 보유한 샤프로부터 60인치 TV 패널을 공급받고 있다. 전체 TV 패널 수요량의 10% 이상을 샤프에서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샤프는 출자를 받아 재무 상황을 개선하는 한편 삼성전자에 대한 TV 패널 공급량도 확대해 공장 가동률을 높일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샤프는 올 3월 말 마감하는 2012 회계연도에 4500억엔의 적자가 예상되는 등 2년 연속 손실을 낼 것이라는 게 시장의 추정이다. 오는 9월까지 2000억엔 규모의 회사채 상환도 예정돼 있어 증자가 시급한 상황이다. 샤프는 작년 3월 대만 전자업체 훙하이로부터 669억엔을 출자받기로 합의했으나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

도쿄=안재석 특파원/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