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요타 프리우스 29.52km/ℓ' '렉서스 CT200h 22.01km/ℓ' 종합 25.77km/ℓ

놀라운 연비 결과가 나왔다. 지난달 28일 한국도요타에서 실시한 '하이브리드 스페셜리스트 아카데미'의 두 번째 프로그램인 하이브리드 차량 시승에서 나온 결과다.

이날 행사에 참여한 12명의 기자들은 2인1조로 6팀을 구성해 하이브리드카 2종을 번갈아 시승하며 최고 연비왕을 겨루는 배틀을 벌였다. 승부 근성이 발동한 기자는 연비 종합 1위를 달성하는 기쁨을 맛봤다.
[시승기] 도요타 프리우스 타 보니, 연비 놀라워~
서울 역삼동에 위치한 한국도요타 본사를 출발해 충북 이화령 고개를 거쳐 렉서스 대구 전시장을 방문하는 300km 코스였다. 도심 주행부터 고속도로, 좁은 시골길, 가파른 언덕까지 다양한 도로에서 하이브리드카의 진면목을 경험할 수 있었다.

◆ ‘CT200h’ 시동킨거 맞아? 너무 '조용' … 이화령 고개 오르며 연비 추락

한국도요타 본사에서 이화령 고개 산장휴게소까지 약 160km 구간을 '렉서스 CT200h'를 타고 달렸다. 스티어링휠 옆의 ‘파워’ 버튼을 눌러 시동을 걸었다. 순간 고개가 갸우뚱거렸다. 예상했던 '부르릉' 소리는 온데간데 없고 계기판에 불만 들어왔다.

지하주차장을 빠져 나와 도심 위를 누볐다. 차는 부드럽게 앞으로 나가는데 엔진 소리는 전혀 들리지 않았다. 저속에선 가솔린 엔진을 사용하지 않고 전기모터로만 구동되기 때문이다. 가다서다를 반복하는 도심에선 내내 'EV모드'와 '에코모드'만으로 주행했다. EV모드는 전기모터의 개입을 활성화시켜 최적의 연료소비효율을 나타내게 한다.
고속도로에 접어들어 첫 번째 정지구간인 여주휴게소에 이를 때까지 주행모드를 '스포츠'로 해놓고 달려봤다. 다이얼을 오른쪽으로 돌리자 계기판 조명이 푸른색에서 붉은색으로 변했다. 가속페달을 서서히 밟자 '부우웅'하는 엔진소리를 내며 시속 120km까지는 부담없이 앞으로 달려나갔다. 스포츠 모드에선 가솔린 엔진과 함께 전기모터의 동력을 최대한 끌어올려 운동 성능을 극대화한다.

마지막 코스인 이화령 고개 정상에 다다를 땐 연비가 급격히 떨어졌다. 해발 529m의 구불구불한 길을 오르며 가속페달을 지속적으로 밟았기 때문. 100km당 3.9ℓ와 4.4ℓ 사이를 유지하던 계기판 숫자는 어느새 4.7ℓ까지 올라가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승을 마친 후 최종 주행연비는 표시연비(18.1km/ℓ)보다 약 4km/ℓ나 높게 나왔다.

◆ '프리우스' 구연비 29.2km/ℓ 회복한 비결은?…300km 주행에 연료비는 고작 '2만3000원'

이화령 고개에서 프리우스로 교체했다. 고개를 내려올 땐 가속페달 사용을 줄이고 브레이크 페달을 밟았더니 에너지가 충전모드로 이동하며 배터리칸이 올라가기 시작했다.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특징 중 하나인 '회생 제동시스템'이 작동한 것. 하이브리드카는 감속이나 제동 시 발생하는 운동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변경해 다음 주행에 활용한다. 연비 향상 조건에서 이 시스템이 차지하는 비중은 36%나 된다.

전면부 중앙 계기판의 '에코 드라이브 모니터' 덕분에 운전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대구 시내 위주로 주행한 프리우스의 최종 실주행 연비는 29.2km/ℓ. 구연비와 동일한 수치로 올해부터 적용된 신연비(21km/ℓ)보다 연료소비 효율이 8.2km/ℓ나 높았다.

300km 주행을 모두 마치니 피로감이 몰려왔다. 평소 운전할 때보다 긴장을 많이 한 탓이었다. 가급적 스포츠모드를 사용하지 않고 에코모드를 유지한 채 달렸다. 두 차종의 종합 연비(25.77km/ℓ)로 따져보면 서울부터 대구까지 2만3216원(6일 오피넷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 1994.25원 기준)에 서울~대구 구간을 주행한 셈이다.

고유가 시대에 연비가 신경 쓰인다면 하이브리드카는 분명 현명한 선택이 될 것이다. 정숙성과 친환경성까지 고려한다면 두 모델 모두 훌륭한 차임에 틀림없다. 한국도요타는 전체 판매 라인업 중 하이브리드카 비중을 작년 38%에서 올해 50%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국내 시장에서 프리우스를 앞세워 '하이브리드카 바람'을 불러일으킬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경닷컴 김소정 기자 sojung1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