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ㆍ아산정책연구원 공동기획 - 중국경제 전문가 20명 인터뷰

8% 이상 고성장 시대 복귀 힘들어
위안화 절상, 무역수지 감소, 임금 치솟아 생산 기지 장점도 줄어

“지난해 광군제(光棍節·11월11일·애인이 없는 사람들의 날) 하루 동안 중국의 소매판매 금액은 3조4000억원으로 미국 사이버먼데이(추수감사절 다음주 월요일)의 두 배였습니다. 늘어나는 소비는 수출을 대신해 중국 경제를 이끌 것입니다.”(류빈치 HSBC 글로벌자산관리 전문가)

“내수시장 확대만으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생산가능인구 감소가 노동비 상승으로 이어져 중국의 수출경쟁력을 갉아먹고 있습니다. 중국의 고성장 시대는 3년 안에 끝날 것입니다.”(궈차오셴 중국사회과학원 공업경제연구소 부주임)

한국과 미국, 중국, 일본에 있는 중국 경제 전문가들은 오는 14일 중국 국가주석에 오르는 시진핑 공산당 총서기의 집권기간에 중국의 성장 패러다임이 수출에서 내수 중심으로 바뀔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경제신문이 5일 ‘시진핑 시대 중국 경제 10년의 미래’라는 주제로 전문가 20명을 인터뷰한 결과다.

○고성장 시대 끝나는 시진핑의 중국

전문가들의 63%(복수응답)는 중국 경제가 5년 내 ‘바오바(保八·연 8% 이상의 경제성장률 유지)’로 상징되는 고성장세를 회복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2~3년 내에 고성장 시대가 끝날 것이라는 의견도 30%가 넘었다. 10년 후 경제성장률은 연 5~6%대로 점쳐졌다.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2011년 9.2%에서 지난해 7.8%(중국 국가통계국)로 낮아졌다.

고성장이 끝날 것이라는 이유로는 중국 경제를 끌어온 노동력 공급이 한계에 다다랐다는 점을 가장 많이 꼽았다. 진구 다케시 노무라연구소 베이징사무소 부장은 “노동인구가 줄어드는 데다 농촌에서 도시로의 인구 이동도 거의 끝나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양평섭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중국실장도 “농촌 잉여 노동력 확보가 한계에 도달해 도시 근로자 임금이 크게 상승하는 ‘루이스 전환점’을 2017년 맞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안유화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과잉 투자된 국영기업의 비효율성이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며 “대대적인 개혁 조치가 나오지 않으면 일시에 벼랑으로 떨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때 중국 국내총생산(GDP)의 10%를 차지하기도 했던 막대한 경상수지 흑자가 앞으로 7년 안에 적자로 전환할 것이라는 예측은 47%였다. 경상흑자가 20년 이상 지속될 수 있다고 보는 전문가는 아무도 없었다.

좡루이(莊芮) 대외경제무역대 국제경제연구원 부원장은 “위안화 가치가 절상되면서 무역수지도 감소해 경상수지는 적자로 전환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동훈 가톨릭대 국제학부 교수는 “중국의 경제성장 속도가 느려지면서 외국 투자자금 유입이 감소할 것”이라며 “미국의 경쟁력이 중화학공업 분야를 중심으로 회복하고 있다는 것도 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내수 띄우려면 정치·사회개혁 필요

전문가들은 중국 경제의 성장 돌파구로 도시화를 통한 내수 확대를 제시했다. 쉬창원(徐長文) 중국 상무부 국제무역경제연구원 주임은 “도시 인구 비중이 계속 늘면서 평균 소득이 높아질 것”이라며 “이는 내수시장 확대로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좡 부원장은 “내수가 개선되는 것만으로도 중국은 연 7%의 고성장을 지속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류빈치는 “온라인 상품 판매가 빠르게 늘어나는 점을 감안하면 5년 뒤 내수시장은 가늠하기 힘들 정도 빠르게 성장할 것”이라고 낙관했다.

전문가 중 25%는 시진핑 집권 기간 중국이 GDP 규모에서 미국을 제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중국 경제의 구조적인 문제가 완화된다는 전제를 깔고서다. 가장 시급한 과제로는 빈부격차 해소가 꼽혔다.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은 “국유기업에 집중된 부를 민간에 분배해야 한다”며 “그러려면 국유기업의 활발한 증시 상장 등이 필요한데 자본시장은 선진화돼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다케시 부장은 “지방정부

소유인 농지를 농민에게 넘기는 토지개혁도 필요하다”며 “받은 토지를 팔고 농민들이 자유롭게 도시로 이주할 수 있도록 호구제도 개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만수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지금의 빈부격차가 공정한 경쟁에 따른 결과인지 설득하기 힘들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진단했다. 시진핑이 이 같은 작업에 나서기 위한 전제는 정치개혁이다. 스티븐 그린 스탠다드차타드 글로벌리서치팀장은 “중국이 받고 있는 도전의 대부분은 정치적인 것”이라며 “시진핑이 이해관계자들의 갈등을 조율하는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분석했다.

○한국의 대중국 흑자구조 소멸

중국 경제성장의 둔화와 중국 기업들의 맹추격은 한국 경제와 한국 기업들에 최대 위협일 수밖에 없다. 전문가 87%는 한국의 대(對)중국 경상수지 흑자가 7년 안에 적자로 바뀔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덕청 미래에셋자산운용 글로벌투자부문 대표는 “중국 내 임금이 계속 올라 생산기지로서의 장점이 줄면서 중간재 수출이 감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시진핑 시대’ 10년간 현재 2000선인 상하이종합주가지수가 4000~6000선까지 반등할 것으로 전망하는 전문가는 57%였다. 지금까지 최고치는 6395.75(2007년 10월16일)다. 이 대표는 “경쟁력이 높아지고 있는 자동차와 정보기술(IT) 분야 대표 기업의 주가 상승폭이 클 것”이라고 내다봤다. 안 연구위원은 내수시장 확대로 음식과 교육, 금융 관련주 주가가 상승할 것으로 점쳤다.

베이징=김태완 특파원/노경목/남윤선 기자 autonomy@hankyung.com

■ 인터뷰에 답한 중국 전문가 20인 (가나다순)

한국=김성태 KDI 부연구위원, 백권호 영남대 경영학부 교수, 안유화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 엄정명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양평섭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중국실장, 이덕청 미래에셋자산운용 글로벌투자부문 대표, 이승신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베이징사무소장,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 지만수 금융연구원 연구위원, 한동훈 가톨릭대 국제학부 교수, 한재진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

중국=궈차오셴(郭朝先) 사회과학원 공업경제연구소 부주임, 마오위스(茅于軾) 톈쩌(天則)경제연구소 명예이사장, 수이칭위안 노무라연구소 연구위원, 쉬창원(徐長文) 상무부 국제무역경제연구원 주임, 좡루이(莊芮) 대외경제무역대 국제경제연구원 부원장.

미국=류빈치 HSBC 북미법인 글로벌자산관리 전문가, 스티븐 로치 전 모건스탠리 아시아 회장, 스티븐 그린 스탠다드차타드은행 글로벌리서치팀장.

일본=진구 다케시 노무라연구소 베이징사무소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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