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 강제삭감 주한미군도 영향권…한미 연합훈련 축소 가능성
국방부 "연합훈련 줄어들지 않도록 미측에 협조 구하는 중"

미국 연방 정부 예산의 강제 자동삭감(시퀘스터·sequester)으로 국방비 감축이 불가피해지면서 주한미군(USFK)도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됐다.

주한미군은 미 국방부의 방침에 따라 1만여명에 달하는 군무원(미국인)들을 대상으로 다음 달부터 '무급휴가'(furloughs)를 시행할 계획이다.

제임스 서먼 주한미군사령관은 지난달 27일 직원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국방부는 올해 전례 없는 재정적 불확실성에 직면했다"며 "나는 예산 자동삭감이 우리의 민간 근로자와 그 가족에게 미칠 직접적인 영향을 깊이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서먼 사령관은 "예산 자동삭감이 상당기간 지속되면 국방부는 군무원을 대상으로 한 무급휴가를 시행할 수밖에 없고, 무급휴가는 전투지역에 배치된 인력 등 일부를 제외한 대다수 직원에게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주한미군도 무급휴가를 실시하게 되면 대상 직원에게 최소한 30일 전에 공지할 것이며 피해가 최소화되도록 하겠다"면서 "군무원이 없으면 주한미군은 임무를 수행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무급휴가는 우선 미국 국적의 군무원에게만 적용되나 국방비 감축이 장기화하면 주한미군을 지원하는 1만여명의 한국인 근로자에게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한국인 근로자에 대한 무급휴가 적용은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 연동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다.

미국은 국방비 대폭 삭감을 이유로 한국측의 방위비 분담률을 현행 42%에서 50%까지 올려달라고 강하게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 정부는 방위비 분담률을 급격하게 올리는 것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주한미군 관계자는 4일 "예산 자동삭감으로 주한미군 군무원의 무급휴가가 4월부터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다만 현역 군인은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당장 주한미군 병력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한미 군 당국은 미국의 국방비 감축에도 키리졸브(KR) 및 독수리(FE) 연습 등 임박한 한미 연합훈련은 계획대로 실시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키리졸브·독수리 연습과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 등 육·해·공군 전력이 함께 움직이는 대규모 합동훈련은 계획대로 진행되더라도 각 군이 개별적으로 실시하는 연합 훈련이나 미군 단독 훈련은 규모가 축소될 가능성이 있다.

군 관계자는 "460억 달러에 달하는 국방비 삭감은 사상 초유의 일이라서 미군도 아직 방향을 잡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며 "올해 연중 계획된 연합 훈련이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예산감소로 훈련을 하지 못하면 전투력의 저하를 가져오기 때문에 우리 국방부는 한미 연합사 또는 주한미군의 훈련이 축소되지 않을까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대변인은 "현재로서는 (훈련 일정에) 큰 변화가 없어 보이는데 앞으로 미국 국방비 감소로 여러 가지 상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정부 차원에서 미국 국방부 등에 훈련이 줄어들지 않도록 여러 가지 협조를 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군 동향과 관련 "올해 동계군사훈련을 국가급으로 격상시켜 하고 있다"며 "장거리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에 이어 재래식 군사훈련도 (과거보다) 훨씬 더 큰 규모로 준비 중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고 여러 가지 증거가 나타나고 있다"고 전했다.

(서울연합뉴스) 김호준 기자 hoj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