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이름이 붙은 도시가 모두 발전하는 것은 아니다. 노무현 정부 시절 추진된 기업도시가 대표적이다. 2005년 미국 실리콘밸리나 일본 도요타시를 벤치마킹해 시작했지만 중간 성적표는 합격점에 못 미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당시 기업도시로 선정된 6곳 중 충북 충주(공정률 100%)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사업 추진이 지지부진하다. 전북 무주와 전남 무안 등 2곳은 아예 삽 한번 떠보지 못한 채 사업이 무산됐다. 나머지 3곳 중에서도 원주만 공정률 20%를 넘겼을 뿐 충남 태안(공정률 13%)과 전남 영암·해남(공정률 0%)은 표류 상태다.

유일하게 성공한 충주와 나머지 도시들을 비교하면 사업 실패 이유가 잘 드러난다. 충주는 수도권에서 차로 1시간 거리라는 지리적 이점을 내세워 롯데와 포스코, 코오롱 등 대기업을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이미 분양 예정 토지의 80% 이상이 팔렸을 정도다. 원주도 고속화전철과 제2 영동고속도로 건설이 추진 중이어서 시간이 갈수록 기업 유치에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항공과 정보기술(IT) 등 산업교역형으로 추진된 무안은 수도권에서 4시간 이상 걸린다는 점에서 처음부터 이들 산업 입주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특정 산업에 치우친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받고 있다. 태안과 사업이 취소된 무주, 영암·해남 등 3곳이 모두 관광레저형 신도시로 추진됐다. 1조원 이상의 막대한 자금이 들어가는 관광도시 3곳이 모두 성공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지적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사업이 무산된 무주와 무안은 대규모 소송전과 땅값 급락 등 거센 후폭풍을 맞고 있다. 앞서 2011년 취소된 무주 기업도시는 소송을 진행 중이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