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 가치 변동이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 후 외환시장에서 다시 태풍의 눈으로 떠올랐다. G20 회의에서 일본의 공격적인 엔저(低) 유도 정책을 사실상 묵인한 데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이번 주 중 차기 일본은행 총재를 지명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엔화 가치의 추가 하락세가 더욱 두드러질 것으로 전망된다.

18일 도쿄 외환시장에선 장중 엔화 가치가 지난주보다 1엔 이상 내린 달러당 93.5~94.2엔대에 거래됐다. 엔·달러 환율이 94엔대를 넘은 것은 지난 12일(달러당 94.44엔) 이후 엿새 만이다.

특히 오는 22일 백악관에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는 아베 총리가 미국 방문 전 차기 일본은행 총재를 지명할 것으로 예상돼 외환시장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일본은행 총재직은 정부가 지명하면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중의원(하원)·참의원(상원) 본회의에서 지명안이 통과돼야 최종 결정된다. 보통 이 과정을 거치는 데 한 달 정도 걸린다.

시라카와 마사아키 현 일본은행 총재가 원래 임기를 채우지 않고 다음달 19일 조기 사퇴함에 따라 일본 정부는 일본은행 총재직 공백을 막기 위해 지명자 선정을 서두를 것이라고 니혼게이자이신문과 NHK 등 일본 언론들은 전했다.

유력한 차기 총재 후보로는 무토 도시로 다이와종합연구소 이사장(70)과 이와타 가즈마사 일본경제연구센터 이사장(67)이 거론되고 있다. 두 사람 모두 중앙정부 관료로 일했으며 일본은행 부총재 출신이다. 또 대표적인 비둘기파(양적완화 지지)로 꼽히며 아베 정부의 경기 부양책에 적극 동조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무토 이사장의 경우 대장성(현 재무성) 재무차관을 지냈으며, 2008년 일본은행 총재로 지명됐다가 참의원 동의를 얻지 못해 고배를 마셨다. 내각부 관료 출신인 이와타 이사장은 무토 이사장보다 더욱 극단적인 비둘기파로 평가된다. “엔화 가치가 달러당 95엔대까지 하락해도 균형 수준에 불과하다”고 주장하는 이와타 이사장은 지난 11일 “정부가 설정한 물가상승률 목표치(2%)를 중앙은행이 책임지고 달성하도록 일본은행법을 고쳐야 한다”고 말했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