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업원 180명의 온라인 영어교육업체 에듀박스가 지난달 마포 시대를 마감하고 구로디지털밸리(G밸리)로 본사를 이전했다. 산업단지공단 서울본부에 따르면 이 회사처럼 올 들어 2월15일까지 다른 지역에서 G밸리로 옮겨온 업체는 애니파크 오렌지본부 등 100곳에 이른다.

중소·벤처기업 사이에 ‘G밸리 러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경기 불황의 그림자가 깊게 드리웠던 작년에도 400개 넘는 업체가 G밸리로 이사오는 등 2007년부터 최근 5년 동안 4000개 이상 기업이 새로 둥지를 틀었다. 그 결과 입주 기업은 2007년 말 7387개에서 작년 11월 말 1만1469개로 무려 55.3%나 늘었다.

중소·벤처기업은 왜 G밸리를 선호하는 것일까. 전문가들은 G밸리가 ‘비즈니스 금맥’을 캐기에 알맞은 생태계를 만들어가고 있는 결과라고 풀이한다.

1965년 첫삽을 떠 50년의 역사를 앞두고 있는 G밸리는 주력 업종이 섬유·봉제에서 정보기술(IT)을 거쳐 게임·로봇·교육·메커트로닉스 등으로 바뀌면서 21세기형 융복합산업 메카로 거듭난 데다 입주 업체 간 클러스터 활동 본격화에 따라 거대한 ‘비즈니스 플랫폼’을 완성해가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입주 업체들의 만족도도 높다. 이곳에 본사를 둔 아프로R&D의 김형태 사장은 “강남의 임차료 정도로 사옥을 마련할 수 있고 전철이 3개 노선(1·2·7호선)이나 연결되는 데다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음악 등 문화 활동이 활기를 띠고 있는 게 G밸리 러시의 중요한 요인”이라고 말했다.

비용 절감, 접근성, 인력 확보 등 3박자가 맞아떨어진다는 얘기다. 이곳에서 일하는 20~30대 이공계 석·박사급 연구인력이 3000명 넘을 정도로 젊은 공간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특히 록밴드·오케스트라·합창단 등이 속속 출범하면서 G밸리는 단순한 산업단지를 뛰어넘어 문화밸리 기능도 갖춰가고 있다.

강소기업이 몰려오면서 최근 5년 새 단지 내 입주 기업의 총 매출도 5조3519억원에서 12조4520억원(작년 11월 말까지)으로 133%나 급증했고 이곳에서 일하는 종사자도 9만7275명에서 15만4553명으로 58.9%나 늘어났다.

산단공 관계자는 “현재 96개인 지식산업센터(옛 아파트형 공장) 외에 6개의 지식산업센터가 추가 건설 중이고 2곳이 허가를 받아 놓고 있어 앞으로도 1000~2000개 기업이 더 입주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당분간 G밸리 러시가 뜨겁게 이어질 전망이다.

김낙훈 중기전문기자 n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