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해양석유총공사(CNOOC)가 캐나다 석유회사 넥센을 인수하는 데 마지막 걸림돌이었던 미국 정부의 승인을 받아냈다. 넥센은 미국 군사지역에 인접한 멕시코만에 원유시추 시설을 갖고 있어 CNOOC가 이 자산을 인수하려면 미국의 승인이 절실했다.

이번 인수 규모는 151억달러(약 16조5000억원)로 중국 기업의 해외 기업 인수·합병(M&A) 사상 최대 규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 재무부 산하 외국인투자위원회(CFIUS)가 CNOOC의 넥센 인수를 승인하면서 중국 에너지 기업의 북미시장 진출 물꼬를 터줬다고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CNOOC는 2005년 미국 석유 기업인 유노컬을 185억달러에 인수하려다 국가 안보를 내세운 미국 의회의 반대에 부딪쳐 실패한 경험이 있다. 이번 넥센 인수전은 더 치밀하게 접근했다. CNOOC의 북미 지사를 넥센 본사와 가까운 캘거리로 옮겼다. CNOOC는 경영자를 포함한 고용은 그대로 유지하고 추가 투자를 약속하는 전략으로 지난해 11월 캐나다 정부의 승인을 먼저 얻어냈다. WSJ는 “중국의 이번 넥센 인수 성공은 실패에서 얻은 교훈을 잘 활용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그동안 중국 기업은 굵직한 M&A에서는 줄곧 쓴맛을 봐야 했다. 지난해 10월 베이징줘웨항공사가 미국 비행기 제조업체 호커 비치크래프트의 지분 17억9000만달러어치를 인수하려다가 안보와 관계가 있다는 미국 정부 측의 반대로 무산됐다. 같은 달 미국 의회는 스파이 활동이 우려되기 때문에 중국 통신장비 제조업체 화웨이, ZTC 등과 협력하지 말라는 내용의 경고문을 자국 기업에 보내기도 했다.

중국 기업들은 이런 미국의 압박을 피하기 위해 주로 5억달러 미만의 규모가 작은 기업 인수에 공을 들이고, 합작회사를 만들거나 비공식 협력 통로를 통해 접근하는 전략을 썼다. 중국이 미국의 해외 투자자 관련법을 연구해 전략적으로 접근하는 사례가 많아졌다는 게 WSJ의 분석이다. 핀니 완샹아메리카 회장은 “미국 법을 이해하고, 그것을 투명하게 따른 뒤 차분히 결정을 기다리면 된다”고 말했다.

이런 전략이 통했는지 CFIUS는 최근 중국 기업의 미국 기업 인수를 3건 연속 승인했다. 지난달 중국 완샹그룹의 미국 전기자동차 배터리업체인 A123시스템스 인수를, 앞서 지난해 12월에는 중국 베이징게놈연구소(BGI)의 미국 유전자지도 분석기업 컴플리트 지노믹수 인수를 승인했다. 모두 미국 내에서 거센 반발이 일었던 M&A다.

시장조사기관 딜로직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기업이 인수한 미국 기업 또는 미국 기업의 지분 규모는 100억달러를 넘어섰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