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주요 계열사들이 지난 6일 임원인사를 한 뒤 최태원 회장과 가까운 ‘1960년대생 고려대 3인방’이 주목받고 있다. 이번 인사에서 6개 위원회를 중심으로 한 계열사 자율경영 체제가 도입되면서 김신배, 정만원 등 그룹 부회장단은 대부분 2선으로 물러났다. 대신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젊은 인사들을 주요 계열사에 포진시켰다는 관측이 나온다.

조대식 SK(주) 사장(53)과 유정준 SK E&S 사장(51), 박정호 SK텔레콤 사업개발부문장(부사장·50)이 그들이다. 이들은 최 회장과 동문인 고려대 출신으로 재무에 강하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최 회장의 신뢰가 큰 만큼 위원회 중심 경영 방식인 ‘따로 또 같이 3.0’ 체제에서 자기 목소리를 내고 전체 방향을 설정해 가는 데도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는 게 그룹 안팎의 시각이다.

최 회장은 1998년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맥킨지컨설팅에서 일하던 유 사장을 직접 발탁했다. 유 사장은 2003년 소버린과 경영권 분쟁을 겪을 때 SK(주) 최고재무책임자(CFO)로 최 회장과 어려운 시기를 함께 넘기며 능력을 발휘했다. 2010년부터 SK G&G추진단장을 맡아 해외 자원과 신소재 개발 등 신성장 사업을 발굴하는 일을 하다 SK E&S 경영을 맡았다. SK E&S는 도시가스회사 7개와 발전사 1개를 자회사로 두고 있으며 가스전 개발과 도시가스, 발전 사업을 총괄하고 있다.

유 사장과 같이 고려대 경영학과 출신인 박 부사장은 소버린 사태 당시 최 회장을 보좌하던 비서실장이었다. 국제금융 전문가로, 최 회장과 격의 없이 대화를 나누기도 하는 전략형 참모로 알려져 있다. 지난해 하이닉스 인수도 주도했다. 지난해 승진해 올해 인사 대상에서는 빠졌으나 SK텔레콤뿐 아니라 SK C&C의 신성장사업 관련 업무를 겸하며 보폭을 넓히고 있다.

최 회장과 함께 재판을 받은 장진원 CFO의 빈 자리를 대신해 SK(주) 재무팀장을 맡았던 조 사장도 주목받는 인물이다. 고려대 사회학과를 졸업한 조 사장은 삼성물산을 거쳐 2007년 SK에 합류했다. 성장 지원 업무에 적임자라는 평과 함께 지주회사를 이끄는 중책을 맡았다.

SK 계열사 중 아직 인사를 하지 않은 SK하이닉스와 유일하게 최고경영자(CEO)가 바뀐 SK네트웍스도 관심거리다.

당초 SK하이닉스는 올 2월 말 임기가 끝나는 권오철 현 사장의 유임이 유력하다는 전망이 많았다. 하지만 최 회장 구속 이후 반도체 사업을 추진할 경영진 인선을 놓고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SK네트웍스는 정통 상사맨 출신으로 SK글로벌 당시 재무담당 전무까지 지낸 문덕규 SK E&S사장을 이창규 사장 후임으로 선임했다. 또한 SK네트웍스 워커힐 사장에는 배선경 전무가 선임됐다. SK그룹 여성임원 최초의 사장이 됐다.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