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가 국내 10대 그룹 가운데 처음으로 비정규직 직원을 대거 정규직으로 바꾸기로 하면서 산업계가 파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비정규직 고용여건 개선은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경제분야 핵심공약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금융권에 이어 한화그룹까지 대규모로 정규직 전환을 선언함에 따라 호텔과 백화점 등의 계약직 직원이 많은 롯데 등 일부 그룹은 정규직 전환 문제가 당장 발등의 불이 됐다. 한화의 결정은 사내 하청노동자들과 갈등을 겪고 있는 조선 자동차 등 제조업체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한화는 그룹 창립 60주년이었던 지난해부터 계약직 사원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해왔다. 서비스 인력과 판매사원, 고객상담, 시설관리 등 직군별로 후보를 추린 후 개인별 평가를 거쳐 27일 대상자 2043명을 확정했다. 이들은 3월부터 복리후생, 정년 보장, 승진 기회 등 기존 정규직과 동일한 대우를 받는다. 이렇게 되면 한화그룹의 비정규직 직원은 5000여명에서 3000명가량으로 줄어든다.

다만 계열사 중 증권 보험 등의 컨설팅 인력, 업무가 한시적인 비정규직, 경비 업무 등을 맡고 있는 파견 근로자들은 전환 대상에서 빠졌다. 한화 관계자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화하기 위해 정규직 전환을 추진했다”며 “서비스 직군 인력의 소속감이 높아지면 이직률도 크게 떨어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비정규직 문제는 박 당선인이 지난해 대선 과정에서 수차례 강조했던 이슈다. 지난 11일엔 인수위원들에게 “여러분의 아들, 딸들이 비정규직이라고 생각하고 그 마음으로 비정규직 문제를 풀어달라”고 당부했다고 박선규 당선인 대변인이 전하기도 했다.

재계는 따라서 한화의 결정이 다른 그룹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서비스 부문 인력이 많은 기업들부터 동참할 공산이 크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이날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고용 다양성 차원에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세계그룹은 2007년 이마트와 신세계백화점에서 근무하는 5000여명의 비정규직 파트타이머(시간제 근로자) 전원을 정규직으로 바꿨다. 이후 채용 인력도 주말 보조 근무자를 제외하고 대부분 정규직이다. 신세계 측은 파트타이머의 정규직 전환으로 2007년부터 올해 1월까지 약 900억원의 추가 비용이 들었다고 밝혔다.

조선 철강 자동차 등 사내하청 근로자가 많은 기업들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자동차는 지난 23일부터 사내하청 직원을 대상으로 생산직(정규직) 신규채용 원서를 받고 있다. 현대차는 6800여명의 사내하청 인력 중 연말까지 1750명을 경력직 신규채용 형식으로 정규직 전환을 계획하고 있다. 사내하청 노동조합은 비정규직 전원을 정규직으로 바꿀 것을 요구하며 회사 측과 대립하고 있어 한화의 이번 결정이 새로운 변수가 될 전망이다.

박해영/전예진/최만수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