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기업 '환율 전쟁' 속수무책] 최대 실적 냈지만…삼성 "올 투자 탄력적으로 한다"
“올해 투자는 탄력적으로 하겠다.”(이명진 삼성전자 IR팀장)

삼성전자가 사상 최대 실적 행진에도 올해 투자를 신중히 진행한다. 글로벌 불황이 지속되면서 수요 예측이 불투명해져서다.

삼성전자가 25일 발표한 작년 4분기 매출 56조600억원, 영업이익 8조8400억원은 분기별 사상 최대 실적이다. 작년 3분기에 비해 매출은 7.4%, 영업이익은 9.6% 늘어났고, 전년 동기 대비로는 각각 18.5%, 89.4% 증가했다. 매일 6229억원의 매출과 982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둔 셈이다. 연간으로도 매출 201조1000억원, 영업이익 29조500억원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냈다. 2011년에 비해 각각 21.9%, 85.7% 늘었다.

내실도 좋아졌다. 4분기 영업이익률은 15.8%로 종전 최고였던 작년 3분기(15.4%)보다 0.3%포인트 증가했다.

이는 모든 사업부가 골고루 선방한 결과다. 강정원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스마트폰 시장에서 확실한 1위를 질주한 데다 반도체도 살아나는 모습을 보였다”고 말했다. IT모바일(IM) 부문의 4분기 영업이익은 5조4400억원으로 전체 이익의 62%를 차지했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4분기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6300만대를 팔아 4780만대의 애플에 크게 앞섰다.

TV, 가전 등을 만드는 소비자가전(CE) 부문도 프리미엄 제품을 앞세워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보다 37% 증가했으며 반도체 부문도 8% 늘었다.

최고 실적 행진은 올해도 이어질 전망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 29곳이 내놓은 올해 예상 매출액 평균치는 231조4125억원, 예상 영업이익은 36조6468억원이다. 작년과 비교해 매출은 15%, 영업이익은 26% 늘어나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투자에 대해선 구체적인 언급을 삼갔다. 콘퍼런스콜에서 지난해와 달리 올해 투자 규모를 발표하지 않고 “향후 상황에 따라 탄력적으로 운영할 계획”이라고만 밝혔다. 지난해 투자도 당초 계획에 못 미쳤다. 지난해 투자액은 22조9000억원으로 목표했던 25조원 대비 집행률이 91%대에 그쳤다.

이 팀장은 “글로벌 경기가 불안한 데다 제품 트렌드가 빠르게 변화하는 과도기적 상황”이라며 “투자는 어느 때보다 신중하게 하겠다”고 설명했다.

정성택 기자 naiv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