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을 나와 서울의 한 다세대주택에서 50만 원짜리 월세를 사는 무주택 새내기 직장인 A씨는 올해 연말정산을 앞두고 들떴다.

무주택 서민근로자의 월세 부담 완화를 위해 다달이 낸 월세의 40%를 소득에서 공제해주겠다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 15일부터 국세청 연말정산간소화 서비스(www.yesone.go.kr)를 이용해 연말정산을 준비하던 A씨는 회사 경리팀과 세무서의 설명에 황당할 수밖에 없었다.

연말정산 규정상 집주인과의 임대차계약서에 거주기간이 명시돼야 해당 기간에 낸 월세 납부액의 소득공제가 가능했기 때문이다.

통상 월세 임대차 계약은 1년 단위로 이뤄진다.

1년이 지나 집주인이 방을 빼달라는 요청이 없으면 계약이 자동연장되는 게 관행이다.

이미 대학 근처에서 2년간 살던 사글셋방을 정리하고 11월 출퇴근이 쉬운 지하철역 근처 새 다세대주택으로 옮긴 A씨로서는 사글셋방의 임대차계약서를 구해야 했다.

그러나 이미 집주인은 주택을 팔고 지방으로 이사한 상태였다.

백방으로 집주인을 수소문하다가 성과가 없자 A씨는 결국 올해 소득공제를 포기하고 말았다.

2년째 아파트에서 월세를 사는 신혼부부 B씨도 마찬가지다.

임대차 계약서 상 계약기간은 이미 만료됐고 새 계약서가 필요한데 집주인이 외국에서 사업하고 있어 만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처럼 현실과 다른 규정으로 일선에서 혼란이 빚어지고 있다.

국세청 연말정산 안내전화(☎126)의 상담원들도 "지침이 없어서 답할 말이 없다.

소득공제를 받을 수도 있고 못 받을 수도 있다"고 모호한 설명을 했다.

국세청은 "일단 회사측에 사정을 얘기해 먼저 공제를 받고 주택임대차계약서를 나중에 보완하는 방법이 있다"라며 "신고기간 뒤에 서류를 제출해도 상관 없다"고 21일 말했다.

그러나 A씨나 B씨처럼 새 계약서를 구하기 어려우면 이마저도 쉽지 않다.

국세청은 "기획재정부에 건의해 보완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올해 연말정산에서 월세 소득공제를 받으려면 주민등록 등본과 임대차 계약서, 계좌이체 등 지급 증명서류를 갖춰야 한다.

공제한도는 주택 월세 공제, 임대차차입금 원리금상환액 공제, 주택마련저축공제를 합해 300만원까지다.

A씨처럼 50만 원씩 매달 월세를 집주인에게 냈다면 50만 원씩 1년간 낸 600만원의 월세 총액 중 40%인 240만원을 공제받을 수 있다.

임차보증금을 지인으로부터 빌렸다면 300만원 한도에서 월세와 원리금상환액 소득공제를 합해 받을 수 있다.

월세 소득공제 대상 주택은 아파트, 단독주택, 다세대, 다가구 등 주택법상 주택에 한정된다.

청년취업자들이 주머니 사정으로 많이 찾는 오피스텔이나 고시원은 주택으로 간주하지 않아 공제할 수 없다.

(서울연합뉴스) 유경수 기자 yk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