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용환 사장(53)은 1998년 충북 청원군 오창읍에서 막국수 전문점 ‘반암 막국수’를 개업했을 때 매스컴을 타면서 하루에 100만원 정도 매출을 올렸다. 그 뒤로 더 나아지지 않았던 장사는 2002년 오창과학산업단지가 들어서면서 달라졌다. LG화학 등 기업들이 산업단지에 입주하면서 근로자 수가 늘어나기 시작했고 주변 상권도 더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요즘 양 사장 식당의 하루 매출은 200만원이 넘는다.

청원군은 인구 16만여명의 중소도시다. 이 지역의 1인당 지역내총생산(GRDP)은 3만324달러다(2009년 기준). 청원군보다 인구가 7배 가까이 많은 창원시(3만170달러)보다도 많다. 전국 222개 시·군·구 중에서 3만달러가 넘는 중소도시는 21곳뿐이다. 인구 16만여명의 청원군이 GRDP 3만달러 이상을 기록할 수 있었던 것은 기업 유치가 지역의 세수 증가와 내수 활성화로 이어져 자영업자 등 중산층이 늘어난 덕분이라는 평가다.

농촌이었던 청원군은 2002년 오창산단이 들어서면서 기업도시로 탈바꿈했다. 오창산단은 1992년부터 10년간 총 사업비 6720억원을 투입해 945㎡(286만평) 부지에 조성됐다. 입주 기업은 꾸준히 늘어 2006년 126개에서 지난해 163개로 늘어났다. 청원군엔 올해만 42개 공장이 새로 들어섰다. 2011년까지 5년간 오창산단의 고용은 8000명에서 1만3400명으로 늘었다.

김현상 오창산단 관리공단 전무는 “오창산단은 오창IC가 3분 거리에 있고 10분 거리에 오송 KTX역, 청주 국제공항을 끼고 있는 등 좋은 교통 입지 조건을 갖고 있다”며 “입주를 희망하는 업체가 늘어나면서 2007년부터 132㎡ 부지에 오창2단지를 조성하고 있는데 LG화학과 셀트리온제약 등 6개 업체에 분양이 끝난 상태”라고 말했다.

입주기업이 늘면서 세수도 늘었다. 2011년 청원군의 지방세수는 1044여억원으로 5년 전에 비해 75.2% 늘었다. 인구가 증가하고 소비가 늘면서 자영업자를 비롯한 지역경제도 더 활발해지고 있다. 2년째 커피전문점을 운영하고 있는 송병호 사장(40)은 “손님이 하루 평균 100~120명 정도 된다”며 “수도권 지역 손님 수와 비슷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상수 상수학원 원장(41)은 “5년 전 2~3개에 불과하던 산단 내 학원 수가 지금은 15개가량 늘었다”며 “군청에서 허가받은 과외방 수는 300여개로 서울·경기지역과 맞먹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최근희 서울시립대 도시행정학과 교수는 “지역 도시 중산층의 복원은 기업이 쥐고 있다”며 “김천시를 비롯해 지방자치단체들이 최근 산업단지 조성에 나서고 있는 것도 그 이유”라고 강조했다. 이어 “산업단지가 고용의 질적성장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산학협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청원=정성택 기자 naiv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