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절벽 협상은 극적으로 타결됐지만 미국 경제가 새해를 희망적으로만 맞이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연방정부의 부채한도 증액 협상이라는 또 하나의 관문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워싱턴발(發) 불확실성은 계속해서 금융 시장에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티머시 가이트너 미국 재무장관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재정절벽 협상이 한창 진행 중인 의회로 공식 서한을 보냈다. 연방정부가 빌린 돈이 이날 법적 채무한도인 16조3940억달러에 도달했다는 내용이었다. 그는 편지에서 임시방편을 써서 2월28일까지 두 달간은 채무한도 증액 협상 마감시한을 연장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당장 지급할 필요가 없는 공무원 퇴직장애연금펀드(CSRDF) 등의 적립을 잠시 중단하는 방식으로 앞으로 두 달 동안 돈을 빌리지 않고 버티겠다는 얘기다.

미국 연방정부 채무한도는 2차 세계대전 이후 의회가 정부의 씀씀이를 통제할 권한을 갖기 위해 만든 제도다. 2010년 지방선거에서 하원을 장악한 공화당은 이 제도를 재정적자 감축 협상에 지렛대로 사용해왔다. 2011년 8월 15조1940억달러였던 부채한도를 현재 한도로 증액할 때에도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공화당은 재정적자 감축방안을 놓고 수개월 동안 치킨게임을 벌였다. 급기야 협상 타결 직후 국제 신용평가회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로부터 미국 국가신용등급을 한 단계 강등당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부채한도가 문제가 되는 이유는 정부가 한도에 막혀 돈을 더 빌리지 못할 경우 채무를 상환하지 못하면 ‘디폴트’에 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재무부는 홈페이지에서 “이는 미국 경제에 재앙이 될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미국 역사상 전례없는 디폴트 사태가 발생하면 또 한 차례의 금융위기가 발생할 수 있으며 일자리와 저축의 안정성을 위협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협상 전망은 그다지 낙관적이지 않다. 공화당은 정부 지출의 삭감 없이는 한도를 상향 조정해주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부채 한도와 연관된 어떤 협상도 없을 것”이라며 맞서고 있다. 정치권이 마지막 순간까지 치킨게임을 벌이면서 2011년 8월과 같은 극심한 변동성 장세가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협상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가이트너 재무장관이 퇴임할 가능성도 있어 혼란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하지만 양측이 오랫동안 재정절벽 협상을 진행해오면서 재정 관련 현안과 양측의 입장을 잘 이해하고 있어 의외로 쉽게 협상이 타결될 것이란 전망도 적지 않다.

뉴욕=유창재 특파원 yoocool@hankyung.com